14일 발표된 정부의 8·15 기념 특별사면은 새천년 첫 광복절이라는 시의성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무르익은 민족화해 분위기를 반영해 시국·공안사범은 물론 아이엠에프 상황에서의 생계형 비리, 전 정권의 권력형 비리 관련자 등을 망라한 `전방위 사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사면대상에 김현철·홍인길씨 등 부패비리자와 선거사범들을 무더기로 포함시켜, 정부가 사면권을 야권과의 밀약 등을 통해 정치 목적에 이용함으로써 사법정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면에서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시국·공안사범은 남파간첩 `깐수’로 알려진 단국대 정수일 전 교수와 지난해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을 주도한 석치순 위원장, 98년 한총련 대표로 밀입북했던 황선씨 등 모두 20명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15 사면 등을 통해 석방된 비전향장기수 19명과 가석방 등으로 이미 풀려난 공안사범 83명도 사면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각각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2 가까이 복역중인 4·5기 한총련 의장 정명기·강위원씨 등 9명은 감형혜택만 받아 이번에 풀려나지 못했다.
반면 뇌물수수나 조세포탈 등 부패비리자와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용의 폭이 넓었다.
지난해 8.15특사때 잔형면제 사면을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복권됐고, 한보사건과 청구사건에 모두 연루돼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각각 5, 6년 형이 확정된 홍인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건강악화를 이유로 풀려났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이원조 전 의원과 한보사건에 연루됐던 은행장들인 우찬목·손홍균씨 등도 사면·복권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현 정부 출범 이전의 불행했던 역사를 벗어던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국민감정상 대화합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15대 총선사범에 대해 대거 면죄부를 준 것도 앞으로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법집행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준표·이명박 전 의원 등 382명이 복권돼 정치 재개의 길이 열렸다.
이밖에 지난해 8·15사면에 이어 이번에 다시 사형수 2명에게 무기감형 조처가 내려진 것과 관련해 사형수 출신인 김대중 대통령의 사형제도 반대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한겨레)
[관련자료]
<참여연대 8.15 사면 논평> (시민의신문 인용)
정부가 8·15 광복절을 맞아 공안, 선거, 경제사범, 정치인 및 모범수 등 3만647명에 대한 특별사면, 복권 및 가석방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사면복권이 사형수의 감형 및 일부 양심수 석방 등과 같은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정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권력형 비리사건 관련자 및 부패 정치인이나, 선거사범의 사면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의 일환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사면은 국민이 바라는 ‘화해와 용서’라는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사면권 남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김현철, 홍인길씨 등 권력형 비리인사와 선거사범에 대한 사면복권, 그리고 조세포탈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홍석현씨를 사면·복권시킨 것은 국민들의 여론과 법감정뿐만 아니라 사법정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에 비춰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수차례 지적했듯이 김현철씨와 홍인길씨에 대한 사면복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국민적 시대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사범에 대한 사면복권 역시 4·13 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고 검찰의 엄정한 선거사범 수사를 독려해야 할 상황에서 볼 때 성급한 것이다.
사면은 시대상황에 부합하지 않은 과거 판결에 대해 사회정의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부패인사·선거사범 등에 대한 사면복권보다는 오히려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수감된 양심수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복권이 시급할 것이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는 비록 다른 범죄자들 사면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양심수를 석방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양심수와 정치수배자에 대한 사면은 미흡하다. 이번 사면조치로 풀려난 양심수는 21명에 불과하고, 각종 질병으로 수감생활이 어려운 중환자들도 여전히 감옥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처럼 정략적 고려로 공정성을 훼손한 사면은 견제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여러 시민단체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기위해 시민과 사법부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면심사위원회’ 등을 도입하자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 사면 역시 이러한 절차에 의한 국민적 합의속에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사면권 남용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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