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식 21일째 단병호 위원장

“정부가 사과하고, 현안문제 해결해야 푼다”

8월16일로 단식투쟁 21일째를 맞은 단병호 위원장을 서울역 농성장에서 만나봤다.

△꼭 단식투쟁을 했어야 하나.

=호텔롯데와 사회보험노조에 경찰병력이 투입된 뒤 우리는 이를 공안정국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사과와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식투쟁은 정부에 문제해결을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조합원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뜻이었다. 어떻게든 공안탄압을 타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한달 반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 책임은 정부와 롯데에 있다. 롯데는 아직도 전근대적 노사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지배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한마디로 해결의지가 없는 것이다. 정부 역시 정당한 파업현장에 경찰이 들어가 폭력을 휘두른 만큼 책임있게 사과하고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의 대응투쟁에 문제는 없는가.

=지난 6월29일 이후 각 조직이 나름대로 열심히 투쟁했다고 본다. 해당 주체인 호텔롯데와 사회보험노조가 지금까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꿋꿋하게 싸우고 있고,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지도부 역시 우리가 처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다만 이것을 전체의 대중적 투쟁으로 만들어내고, 단기간에 돌파할 수 있는 조건이 부족한 것 뿐이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현재 공안정국이 분명히 의도된 것이고 하반기 노정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데도 조합원들이 대중적으로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벌어지는 공안탄압 분쇄투쟁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현정권은 하반기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노정·노사간 대립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하반기 구조조정 강행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노동조건 악화를 수반할 것이고, 노동자들의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연월차·생리휴가 폐지, 할증임금 삭감 등 근기법 개악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데, 이는 구조조정 대상이나 임단협 사업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문제다. 하반기에 노정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의 주도권까지 틀어쥐면서 안정적 정권재창출을 꾀하고 있는 저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노동계를 비롯한 민중세력이다. 이를 사전에 제압하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한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정부의 의도를 깨고 현 공안정국을 얼마나 힘있게, 얼마나 대중적으로 돌파하느냐에 하반기투쟁이 달려 있다. 현 정국은 하반기 제반 노동관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단식 21일을 맞으며 드는 생각은.

=단식을 시작할 때는 현 정국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었고, 심각성을 대중적으로 공유하고 극복해내기를 바랐다. 그러나 처음 생각한 만큼 투쟁이 대중적으로 공유·확대되지 못하고 오히려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전히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롯데에서 교섭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보험노조나 정부사과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중집회의 때 몇몇 대표자가 단식을 풀라고 권유했는데.

=여름에 장기간 단식하는 건 위험하고, 그 때까지 벌인 단식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이 표현됐으니 직접 조합원들을 만나고 함께 실천하자는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리가 있고, 개인적으로 고마운 이야기다. 그런데 사태가 심각해서 단식을 시작했는데,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만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특히 단식을 풀게 되면 정부는 우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정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롯데문제가 타결되면 단식을 풀 것인가.

=롯데문제가 해결된다고 지금 진행중인 농성이나 단식을 중단하지 않는다. 롯데가 합의한다는 것은 정부의 해결의지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현 국면 해결의 핵심은 아니다.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고 공안정국을 조성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하고, 사회보험노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농성이나 단식을 접을 수는 없다.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아무리 전체노동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터져도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아니면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문제를 정부 의도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둔다면 당장은 아니라도 전체노동자는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우리 조합원들도 직접 이해가 걸려있지 않더라도 문제라도 전체노동자와 전체 노동조건, 생활조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봐야 하고, 당장 내 문제가 아니어도 적극 나서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립분산되고, 서로 침몰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고를 전환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한편 이날 농성장을 찾아 단위원장의 상태를 검진한 임상혁 의사(원진녹색병원)은 “워낙 마른 체질에다 급격한 체중감소(9Kg)로 더 이상 단식을 계속하면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단식을 풀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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