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
⑧일어서는 이랜드 노동자들
“아무리 갈라쳐도 우린 흩어지지 않는다”
비정규고용·법인별 교섭·이간질 맞서 노조사수 파업 두 달
8월14일 이랜드 신촌 본사. 정문을 들어서자 ‘8월2일 오전9시부로 노조원들의 사옥내 출입금지’라는 공고보다 먼저 ‘직장폐쇄 기만이다. 노조탄압 중단하라’는 벽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파업 60일째를 맞는 이랜드노조(위원장 배재석) 조합원들이 다 모이는 날이다. 오늘부터 안산분회 지수진(23) 대의원 등 7명이 단식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모든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단식결단식’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3일부터 회사쪽이 직장폐쇄 내린 (주)이랜드 부곡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경우 일부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부곡분회 조합원들은 회사쪽의 상품출고를 막기 위해 번갈아 가면서 24시간 물류창고를 지키는 투쟁을 일주일 넘게 벌이고 있었다. 안산 이천일아울렛점에서 일하는 김순례 여성부장도 빠졌다. 지난 8월7일 관리자들의 조합원 폭행과정에서 김 부장은 손톱이 빠지고 고막과 머리 한쪽이 부풀어오를 정도로 집중 구타당해 치료 중이기 때문이다.
안산분회 소속 박정단(48)·민 숙(40)씨는 “11층 농성장 바깥에 붙인 대자보를 관리자들이 뜯고 있어 이에 항의하자 김승배 층장이 ‘불 꺼’라고 소리지른 뒤 불이 꺼졌고 이어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 조합원은 “강성민 내부관리팀장, 최규채, 강 철, 김승배 층장 등이 폭력을 휘둘러 9명의 조합원 모두 전치2주 진단이 나올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고 입을 모으는 안산분회 조합원들의 팔다리는 온통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본사 1층로비에서 열린 단식결단식에는 오늘 오전 민주노총 안산지구협의회, 시민단체 등이 공대위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공대위는 이날 8월7일 폭력사태·안산이천일아울렛점 성희롱실태 등과 관련 노사양쪽이 공대위와 함께 진상조사에 나설 것, 박성수 회장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 배재석 노조위원장은 “이제 우리 투쟁은 어쩔 수 없이 사생결단, 결사투쟁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회사가 형식적인 법인별 교섭을 그만두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투쟁수위는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파업은 1백6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어 규모·기간 모두에서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뤄진 97년 57일간의 파업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16일 파업에 들어간 올해는 부곡비정규직분회가 선두에 섰다. 회사쪽은 3월부터 신규인원을 불법파견으로 충원하고 이랜드 소속 비정규직도 모두 도급업체 소속으로 바꾸려 했지만 노조는 3월6일 부곡비정규직분회를 결성해 이에 맞섰다.
이후 이랜드 소속 비정규직은 50만6천원, 도급소속 직원들은 65만원의 임금을 받는 기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3월20일~6월1일 11차에 걸친 노사교섭이 진행됐지만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상헌(28) 부곡2분회장은 “파업 뒤 신촌본사로 왔을 때 회사는 아르바이트가 무슨 파업이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 싸움에서 지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나 절박한 싸움이다”고 말했다. 부곡분회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파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로 ‘차별’을 들고 있었다.
6월19일 사무전문직 지부와 식품분회가 파업에 들어가고 7월3일 판매지부 아울렛분회들이
전면파업에 들어갔지만 회사쪽은 여전히 불성실교섭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유는 회사쪽이 법인별 교섭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노조’와 ‘이랜드 전계열사’간에 체결된 97년 단협을 올해에는 법인별로 체결해야 한다는 게 회사쪽의 주장.
회사쪽은 단체협약 만료 다음날인 7월1일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노동부 서부지방노동사무소 주관으로 세 차례나 공개협상을 가졌지만 교섭구조문제로 논란을 벌이다 노동부 중재안을 회사가 거부함으로써 협상이 결렬됐다.
오히려 회사쪽은 8월5일 노조와 1백28명의 조합원에게 30억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8월7일 이천일아울렛 조합원 64명에 대해 해고 9명을 포함한 징계조치를 통보하는 등 노조의 목을 죄고 있다. 또 비조합원들로 하여금 ‘노사문제해결을 위한 금식기도회’를 열도록 하는가 하면 노사협의회를 열겠다고 발표해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정무(30) 이랜드분회장은 이에 대해 “노조를 조각낸 뒤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라며 “우리는 노조사수 차원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실권자인 박성수 회장과의 직접교섭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97년 2개월 해외도피에 이어 올해에도 한달 넘게 해외에서 도피중이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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