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노조 사람들

샘솟는 동료애와 자기희생

회사쪽의 온갖 불법부당노동행위가 판치고 있는 이랜드지만 그곳에는 샘솟는 동료애와 자기희생으로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범한 노동자의 ‘단식투쟁’

○…지난 8월14일 회사쪽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랜드 사업부 이준호(35)씨도 그 중 한 사람. 이 회사에 10년을 다녔지만 동료조합원 6명과 함께 하는 단식은 이번이 난생처음이다. “월급 50만원대의 열악한 사람들을 위해 회사가 무얼 했나. 이러고도 회사가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하나님을 찾을 수 있나.” 신앙인이기도 한 이씨의 분노에 찬 목소리다. 신앙을 빙자해 착취를 일삼고 있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90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92년 준사원으로 입사한 이씨는 원형탈모증까지 겪을 정도로 일에 열심이었다. 그러나 이씨가 올해 2월 노조를 통해 다른 정직원이 받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자 이씨에게 돌아온 것은 “준사원제도는 지난 97년 폐지됐고 자료가 없기 때문에 당신은 계약직”이라는 파렴치한 대답이었다.

이씨는 계약직 직원들이 1년 단위로 쓰는 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정직원들과 함께 똑같이 인상된 임금을 받았고 휴가비도 똑같이 받았다. 심지어 99년 상여금 반납 때도 정직원과 똑같이 상여금을 반납했다. “내가 조합원이기 때문에 회사가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씨는 “노조를 찢어놓은 뒤 깨려는 회사쪽의 의도에 맞서 이랜드 단일노조를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고 강단지게 다짐했다.

대체인력에서 조합원으로

○…올해 투쟁에서 선봉에 선 곳은 비정규직만으로 구성된 부곡분회. 6월16일부터 시작된 노조파업을 무너뜨리려 회사쪽이 동원한 파견직 노동자들은 결국 ‘단결’을 선택했다. 부곡분회 서상빈(23)씨가 파견직으로 물류센터에 투입된 때는 이미 파업이 한창 진행중인 6월18일.

“월65만원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 뒤에야 우리가 불법대체근로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됐고 파업조합원들과 얘기하면서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파견근로니 계약직이니 나누는 게 더러워서 노조에 가입한 서씨의 말이다. ‘불법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노동부의 지시도 무시한 회사는 7월1일자로 불법도급파견업체 ‘홍익’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파견노동자 전원의 일자리를 뺏었지만 서씨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세 번째 채권발행

○…조합원 2백20여명의 소규모인 이랜드노조가 파업 두 달을 넘기면서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돈문제. 급여가 끊겨 조합원들의 생계를 괴롭히고 모아뒀던 노조쟁의기금도 바닥을 드러내자 노조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채권발행에 나섰는데 사실 이랜드노조의 채권발행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95년 1대 사무장(현 위원장)이 해고되자 채권을 발행해 해고자 생계비를 지급했는데 복직된 뒤 채권을 다 갚을 수 있었다. 99년 회사쪽이 조합비 가압류조치를 취해 두 번째로 채권을 발행한 뒤 이번이 세 번째다. 채권발행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노조는 조합원에게 필요한 최저생계비를 조사한 뒤 5만원~1백만원까지의 생계비를 지급했다.

한편 노조에 대한 사랑은 노조를 떠나서도 그치지 않았다. 초대 위원장을 지낸 신진식씨가 지난 8월12일 ‘이랜드노조 후원회’를 결성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은 퇴사해 대구에서 매장주로 있는 신씨는 “비록 멀리서 여러분의 투쟁현장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이랜드를 떠나 각기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는 여러 마음들을 한데 모아 후원회의 닻을 올린다”며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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