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식 노무관리’ 뜯어보니

기독교신앙 빙자해 노동권 억압

“노조는 하나님의 방법 아니다”…끝없는 탈퇴공작에 기형적 인력관리까지

이랜드 그룹은 대주주이자 실질적 최고결정권자인 박성수회장이 80년 이화여대 앞에서 ‘잉글랜드’라는 보세매장으로 시작해 이른바 ‘이랜드 신화’로 유명한 기업이다. 창업 뒤 이랜드, 헌트, 리틀브렌, 로엠 등 수십여개의 의류브렌드, 식품(피자몰), 건설, 대형할인백화점(이천일아울렛)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IMF시기 직원 절반을 잘라내는 등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벌였던 이랜드그룹은 99년 약 3백억원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대리점 유통전략에 입각해 소규모 자본투자자를 활용해 유통망을 확보했고, 디자인과 원부자재 구매를 본사가 담당하고 생산협력업체는 생산만 하는 1백% 외주생산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기독교신앙을 경영이념으로 표방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은 초기 신앙인만을 사원으로 뽑다가 곧 채용조건을 완화한 뒤 최근에는 ‘기독교에 대해 배울 마음이 있는 사람이면 채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직원 중 신앙인의 비율은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계열사는 매일 오전 8시~8시30분 성경공부와 기도모임으로 이루어진 ‘큐티’를 진행하고 매주 월요일에는 찬양예배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업’이라는 이랜드 기업이념이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심지어 신앙을 빙자해 착취를 합리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노조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다’고 말해온 그룹의 적극적인 노조깨기 시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93년 노조가 설립될 때 회사쪽은 부서장들을 동원해 조직적인 노조탈퇴유도작업을 벌여 서너 달만에 3백여명을 탈퇴시켰다. 노조에는 지난 8년 동안 연인원 1천5백여명이 가입했지만 회사쪽의 계속된 노조무력화 공작으로 노조원은 늘 2백여명 수준에 머물렀다.

이랜드그룹은 입사한 지 5~7년이 지난 일반대졸사원의 경우 사업부 본부장으로 승진시키거나 아니면 모두 자진퇴사를 유도하는 인력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예로 11년차인 배재석 노조위원장의 입사동기는 모두 4백여명이지만 현재 20명도 채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인력관리체계에서 조합원에 대한 유무형의 불이익도 노조봉쇄전략에 활용되고 있었다. 회사는 조합원에 대해 인사고과를 최하위로 주고 수년 동안 승진탈락, 포상차별, 경고장 남발 등 끈질긴 불이익처우를 했다. 그 결과 현재 과장까지 승진한 조합원은 단 한 사람도 없고 보통 7~8년이면 차장으로 승진해 한 브랜드의 장을 맡지만 노조에 가입한 정직원은 10년이 돼도 예외 없이 주임에 머물러 있다.

또 노조에 가입하는 직종, 특히 판매직은 지난 3년간 정직원을 신규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 불법파견직으로만 인력을 충원하는 등 노조의 조직확대를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이밖에도 노조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불법파견근로, 불법대체근로, 교섭기피 등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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