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0년 앞 내다보며 싸우고 있다”

인터뷰/배재석 위원장(37)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박성수 회장이 실세사주이면서 노조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8년간 단체교섭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노조를 처음 만든 뒤 8백명이 가입했는데 서너 달 사이에 3백명을 탈퇴시킨 바 있다. 회사는 노조에 성과를 주지 않으려 꾀해왔다. 노조가 50~60일 싸우면 적당히 타협한 뒤 사무전문직을 창고로 전출시키고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을 줘왔다. 판매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한 뒤에는 정직원이 자연감소하더라도 대신 비정규직을 뽑았고,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자 회사는 도급, 파견직으로 대응했다. 8백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걸려있는 문제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임금의 1/3을 받으며 식사도 제공하지 않아 컵라면을 먹고 막일을 하고 있다. 3~7년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해온 사람도 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올해투쟁의 핵심은 박회장과 직접교섭하는 것이다. 사실상 노조인정 싸움을 8년째 벌이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지난 6월말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단협을 해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데 이어 노조와 이천일아울렛 전조합원에 손해배상소송을 내고 징계했다. 악질적인 노조탄압을 올해에는 끝장낼 것이다. 박회장은 일정한 선을 제시해놓고 휴가를 떠나버렸다. 올해도 어떻게든 노조요구와 손해배상, 징계 등을 맞바꾸려고 술수를 부리고 있다. 노조는 월 5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4년째 삭감·동결된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규직 채용, 노동3권 쟁취, 부당노동행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건 배경은.

=우리 노조는 전통적으로 소수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약자를 대변하는 전통을 이어 비정규직 대변에 적극 나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노조에 가입하러 왔기 때문에 모임을 꾸리고 노조 차원에서 비정규직 교육에 들어갔다. 자사채용 50명, 불법파견직 50명 등 1백여명이 추가로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자사채용직을 도급화할 계획을 세운 문서를 발견했는데 이는 사실상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이 확산되면 노동3권을 지킬 수도 없고 파업효과도 없다. 비정규직을 조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회장의 신앙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박회장은 ‘권력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리더는 하나님이 세운 것이라는 박 회장의 의식에서부터 노조는 불순종, 항의집단, 붉은띠 매고 싸우는 문제집단이라는 비뚤어진 노조관이 시작된다. 기업주 입맛에 맞게 이해한 신앙이 다인 줄 알고 있다. 이전에는 학생운동, 항일운동을 모두 비난하는가 하면 한겨레신문도 읽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노조가 끊임없이 싸우는 과정에서 말로는 인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지금까지는 현장정서를 고려한 현장투쟁,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앞으로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타격받을 수밖에 없는 투쟁을 벌일 것이다. 곧 추석 등 성수기가 있다. 모든 조합원들이 참을 만큼 참았다. 8월말 9월초 추석전 타결을 목표로 투쟁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다. 안되면 끝까지 간다는 기조다.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조합원의 경우 복학까지 미루며 싸우고 있다. 싸우면서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노조가입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노조후원회가 결성돼 1백만원의 투쟁기금도 보내줬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올해 싸우는 것이다. 이전처럼 적당히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내년 10월 집행부 임기말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물론 기독교계, 시민단체 등 연대세력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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