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는 사회보험사태>

공단-정부 노조말살 음모가 원흉

징계남발·집행부교체·분열공작…’백기투항’ 강요

공안탄압의 신호탄이 됐던 두 사업장 가운데 호텔롯데 사태는 타결됐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아직까지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호텔롯데는 타결에 이르기까지 비록 결렬되긴 했어도 몇 차례 교섭이 열렸지만 사회보험노조의 경우는 아직까지 단 한 차례의 교섭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해결은커녕 날이 갈수록 사태가 꼬이고 있는 것은 공단과 정부의 숨은 의도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공단과 정부가 ‘이번 기회에 노조를 눌러버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 실제로 공단이 노조에 종용하는 것은 결국 ‘백기를 들고 투항하라’는 얘기다. 경찰의 폭력진압이 저질러진 7월1일 이후 공단쪽은 줄곧 △박태영 이사장 폭행에 대한 사과 △파업종료와 업무복귀 △집행부 교체를 요구해왔다. 그래야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뻗대고 있다. 이는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발상이고, 노조활동을 지배개입하는 처사다. 이같은 요구에 응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백기투항’이다.

실제 7월1일 폭행에 대한 사과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2천여명 폭력 연행, 9명 구속, 5명 수배, 집회 때마다 잇달은 폭력적 침탈에 비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두달째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공단쪽은 파업기간 동안 1백명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하고, 5백여명을 징계해 사실상 노조의 강경투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한 조합원은 이와 관련해 “이는 우리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이제껏 선봉에서 투쟁해온 사회보험노조가 공단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투항한다면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미래는 없다”며 “공단과 정부가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 노조는 물론 민주노총 차원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 최진욱 조합원 장례투쟁이 끝난 뒤 곧바로 8월31일부터 각 지부별로 민주당 지구당사 점거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중앙당사 점거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어서 9월초까지도 공단과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투쟁강도를 더욱 높여낸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역시 빠른 시일내에 사회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공단은 노조 징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1, 2급 간부들에게도 강압적으로 일괄사표를 받아둔 뒤 이를 이용해 간부들을 노조탄압 일선에 내몰고 있다. 노조탄압에 적극적이지 않은 간부를 직위해제 하는 한편 대자보 부착이나 대체근로 방해를 이유로 지부장을 고소토록 사주하고 있다. 또 간부 1인당 3명씩의 회유대상 직원을 할당해 사업장 복귀를 강요하게 함은 물론 노조에 대한 온갖 비방여론을 조성토록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쪽의 이같은 공작에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론은 노조쪽에 더욱 유리하게 돌아서고 있다. 이미 시민, 농민, 교수, 변호사단체 등이 수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 “공단의 행위는 불법이며, 이를 해결하는 길은 노사간의 정상적인 대화와 타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체인력에게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까지 부여함에 따라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불러오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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