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에서 80여일의 전면파업을 유보하고 9월20일자로 일단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노조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장기파업에 따른 건강보험 업무공백과 그에 따른 국민불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의약분업과 관련해 정부의 의료정책이 갈팡질팡하고, 보험료 인상이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미궁에 빠진 단체협약과 경찰의 폭력진압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전술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노조가 사태해결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공단과 정부가 책임지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보험노조의 파업이 장기간 계속된 것은 전적으로 공단과 정부의 책임이었다. 단체협약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었음에도 공단 박태영이사장이 노조한테 ‘무쟁의선언’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노조의 쟁의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기본권인데 이를 포기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박이사장은 무쟁의선언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상식밖의 고집을 부렸고, 결국 경찰을 불러들여 폭력적으로 파업을 짓밟았던 것이다.
공단이 이같은 태도로 일관한 배경에는 현정부의 잘못 된 노동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경제회생의 최선의 방법이고 최고의 선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 된 생각이 호텔롯데노조와 사회보험노조에 대한 폭력진압으로 나타났다.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노조의 저항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반노동자적이고 반인권적인 처사 서슴없이 자행된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총체적 난국’이라 할만큼 모든 것이 혼도상태에 빠져 있다. 현정부가 가장 성과적인 개혁조치로 생각하고 의료개혁은 실종위기를 맞고 있고, 대우·쌍용차의 무리한 해외매각 방침이 다시 경제를 비틀거리게 하고 있다. 한빛은행 대출의혹이 현정부의 도덕성을 실추시키고 있으며 정치는 표류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태도변화야 말로 사태해결의 열쇠라고 확신한다. 이 사회의 중심적 개혁세력은 노동자다. 사회보험노조가 의료보험 통합을 위해 10년을 싸워왔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우리는 자동차산업의 해외매각이 우리경제를 파탄낼 거라 누누이 경고해왔고, 현실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개혁을 원하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원한다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노조를 개혁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우리는 사회보험노조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그 동안의 반동자적 행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이같은 태도변화를 입증하기를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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