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구조조정 여론몰이 나서
감사원-언론, 엉뚱한 시비걸기…사실왜곡도
공기업 노동자들이 졸지에 염치없이 제 잇속만 챙기는 불한당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한 감사원의 보고서가 이 소용돌이의 진원지다.
감사원은 지난 4월말부터 6월중순까지 정부투자기관, 출자기관, 출연기관, 재투자기관 등 1백4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실태 특별감사를 벌인 뒤 9월17일 ‘공기업경영구조 개선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백32곳에서 7백88건의 위법·부당한 사항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위법·부당한 사항이라는 것이 대개 ‘노조의 과다한 요구’, ‘노사분규’ 등에서 비롯됐다며, 단체협약과 노사합의까지도 지적사항으로 꼽았다.
언론 또한 이를 받아 일제히 ‘공기업 개혁 무풍지대’, ‘공기업 국민고통 사각지대’, ‘성과급…격려금…보로금 펑펑’ 따위로 감사원 발표를 앞다퉈 집중보도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이 난데없는 소동에 어처구니가 없다.
공공연맹(위원장 김연환)은 9월19일 성명을 내 “기획예산처의 일방적인 지침을 근거로 노사간에 맺은 단체협약과 노사합의가 마치 개혁의 대상이자 부정부패의 결과인 양 치부하고 있다”며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에 따라 노사자율로 맺은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위반하라고 교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맹은 이어 “이는 정권과 그 하수인으로 전락한 감사원, 그리고 수구언론이 합작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라고 통박했다. 하반기 공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사전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발표는 법원 판결까지도 지적사항에 포함하는 등 사실을 왜곡한 대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감사원은 ‘한국전력기술이 지난 4월 수화력 플랜트사업단 매각을 추진하다 노조가 반대, 파업에 돌입하자 슬그머니 매각계획을 포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노사화합 도모를 이유로 노조 구성원인 책임급 이하 직원 1천4백69명을 1호봉씩 특별승호시켜 향후 퇴직금 지급시 5백여억원의 추가부담을 떠 안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경목 한국전력기술노조 복지국장은 “플랜트사업단 매각은 노조의 파업이 아니라 수원지법의 ‘매각은 불법’이라는 판결 때문에 포기한 것이고, 호봉승급 역시 당시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며 근속년수 10년 이하 직원의 불이익이 커서 형평을 위해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감사원 발표에 대해 “말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감사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언론까지 덩달아 사실확인도 없이 보도자료만 베끼며 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하반기 구조조정을 위한 전략일 뿐 아니라 노조탄압”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덕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는 하반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책략에 지나지 않는다”며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저항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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