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신드롬’ 바라보는 진보적 시각도 가지가지
“자본주의 상품일 뿐”…”너무 큰 걸 바라지 말라”
서태지가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왔다.
가요계가 들썩이는 것은 물론 텔레비전·잡지·라디오 등 모든 매체에 서태지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어떻게든 그 이름석자를 빌려 행사를 만들어보려 골몰하고 있고, 의류업체들은 그의 패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서태지 신드롬’의 대세를 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대중가요계와 선을 긋고 나름대로 ‘민중문화’를 일궈가는 진보진영에서도 서태지는 뜨거운 논란거리다. 서태지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동구권의 몰락, 민중운동의 침체기에 들어선 ‘하나의 문화현상’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4년에 발표한 3집 앨범에서 ‘통일’, ‘교육’ 등 진보와 저항성을 띈 음악을 발표한 뒤부터 서태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불거졌다. 서태지의 대중장악력을 경탄하며 ‘민중문화에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찬양론부터 ‘자본주의에 의해 재생산되는 훌륭한 기획상품일 뿐 진보성이란 없다’는 의견까지 극단적인 평가가 나온다.
문화평론가 이동연(한려대 교수)씨는 지난해 ‘서태지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는 책에서 “사회문화 상황의 필연적 산물인 동시에, 서태지 개인의 문화주체로서의 능동성이 만난 결과가 이들의 음악”이라고 분석했다. 이씨는 특히 “서태지의 실험정신은 팬들이 열광하는 표피적인 스타일에 함몰되지 않고, 거꾸로 체제와 제도에 대한 저항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쪽으로 발휘됐다”면서 “진보적인 문화운동진영이 그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대표 서영수씨는 “서태지는 개인의 능력과 시대의 흐름이 결부돼 대단히 잘 만들어지고 기획된 자본주의 상품”이라고 규정한다.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내야 하는 자본주의적 대중문화가 학력파괴,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서태지를 신화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서씨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서태지의 ‘진보성’에 대해서도 냉담하다. 그는 “홍경인이 영화에서 전태일로 나온 뒤 한총련 출범식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해서 그가 진보성을 띈다고 볼 수 없지 않느냐”며 “서태지가 말하는 통일은 하나의 상품이며 이미지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래패 꽃다지의 민정연씨는 약간 다르다. 민씨는 “기획사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보통가수와 달리 자신의 음악을 직접 기획·제작·경영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대중음악인”이라고 서태지를 평했다. 그러나 “자신의 관심사를 음악으로 만드는 것을 두고 민중음악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거나, 수십억 짜리 CF를 찍는다고 비판하는 것 모두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교실이데아’가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해서 교실이 바뀐 것은 없다. 교실을 바꿔나가는 일은 ‘운동’의 몫이다. 서태지에게 이런 구실을 바라거나, 이를 못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20대 80’의 거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사회에서 서태지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만 20에 포함되는 것은 인류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를 지적하고 바꾸는 데 민중문화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화활동가들은 “문화에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집회 때 선전선동 문화가 전부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조 차원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일터 서영수대표는 이와 관련해 “정부예산의 1%가 문화분야를 위해 쓰이는 것처럼 노조가 1년 예산의 1%만 문화에 써도 ‘단란주점문화’를 극복하고 건강한 노동자문화를 일궈내는 데 큰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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