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꿀 절호의 국면

온갖 지뢰 깔려있지만 신자유주의 전략 한계 드러내

DJ 정치력도 바닥…”한판 대차게 붙으면 수그러든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확실히 뭔가 심상치 않다. 그렇다고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이 확 바뀌어 정세기조에 급격한 변화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4.13총선 직후 올해 안에 4대부문 구조조정 완료를 선언한 것이나, 6.15 남북공동선언 후 전민족적 화해와 협력을 내세우면서 노동자들을 때려잡은 것이나, 8.22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내년 2월까지 구조조정 완료를 결정하고 대통령이 나서 노동자의 집단이기주의를 경고한 것이나 모두 일관된 흐름 속에 있다.

문제는 최근의 경제상황, 즉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협상을 중단한 뒤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제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언론이 앞장서 제2의 경제위기설을 유포하면서 그 모든 원인을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라 하여 한국통신, 한전, 철도,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에 쏟아지는 언론의 집중포화는 민영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강행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포드가 포기한 대우자동차의 앞날은 어떤가. 외상으로 팔아치우려는 정부계획(선매각 후정산)이 의미하는 것은 최악의 매각조건이다. 그 여파는 노동자들의 극심한 고용불안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정리해고 인원이 발표된 통합농축협, 사회보험노조에서는 조짐을 넘어 현실화되었다.

97년의 노동법개악과 같은 상황의 도래가 우려되는 이유는 무얼까. 김대중정권이 김영삼정권보다는 약간 세련되었기에 날치기 같은 무리수는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최근 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구조조정 부진으로 몰아가는 기세로 보면 4대부문 구조조정의 하나인 노동부문 구조조정, 즉 노동조건개악을 어떻게 해서든 강행할 태세다. 정리해고제 합법화 뒤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또 다시 휴일축소, 잔업수당 임금할증율 삭감, 경쟁적 임금체제도입으로 완전히 거덜날 위기에 놓여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건 없다. 김대중정권이 비록 남북정상회담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그것 하나 빼면 도대체 잘하는 게 뭐가 있나. 부정부패척결? 김태정 법무장관, 송자 교육장관… 부정부패로 줄줄이 날아갔다. DJ의 오른팔이라는 박지원장관도 끝내 물러났다.

경제위기를 구조조정이 지연된 탓이라 우기고 있지만 1백조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부어 구조조정한 기업을 또 다시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노동자·민중의 삶만 한없이 고달파지는데 그 억지논리가 얼마나 가겠는가. 대차게 한판 붙는 세력이 나오면 무너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투쟁여건이 어려워 질 것 같은가. 앞으로 몇 번이고 더 있을 이산가족 상봉에 7천만 민족이 서너번 더 눈물바다를 이루는 사이에 구조조정, 노동조건개악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고로 사람 먹고사는 일 어려워지는 판에는 무당굿도 약발이 떨어지는 법이다.

오는 10월20일 아셈이 열릴 때 민주노총은 회의가 열리는 강남에 가서 2박3일 상경투쟁을 할 것이다. 왠 강남투쟁? 부자들 잡으려고 가는가. 결국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아셈에서는 한미·한일투자협정과 같은 쌍무협정을 비롯하여 자본과 시장의 개방화를 주요의제로 다룬다. 민영화되는 공기업을 살 수 있는 건 외국자본밖에 없다. 김대중정권은 아셈을 계기로 외국자본이 더욱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깨기 위해 강남으로 싸우러 가는 것이다.

다행히 신자유주의정책을 놓고 반대와 수용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많은 시민단체가 이 아셈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절호의 찬스가 하반기에 기다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하반기 총파업투쟁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기만 하면.

김태연 /민주노총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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