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인간관계를 위하여 : 갈등중재란 무엇인가
최현진(평화인권연대 활동가, pcreate@netian.com)
도서관에서 두 사람이 다투고 있다. 한사람은 창문을 열고 싶어하고 한사람은 창문을 닫고 싶어한다. 두 사람의 주장은 어떻게 보면 양립 불가능하다. 적당한 점에서 타협하는 것도 서로에게 불만이다. 반만 열어두는 것과 1/4만 열어두는 것과 틈만 나게 하는 것과 서로 팽팽히 맞서게 된다. 이럴 때 서로에게 공정하고 만족하도록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경우를 일상에서 많이 느끼게 된다. 서로의 주장과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결국 한쪽에게 유리하게 끝나게 되고 다른 쪽은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면 창문을 열고 닫는 것은 진정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본 도서관 사서가 왜 창문을 열고/닫고 싶어하는지를 묻는다. 열고 싶어하는 사람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라고, 닫고 싶어하는 사람은 외풍을 막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사서는 옆방으로 통하는 창문을 열고 외풍 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이 문제는 갈등이 생겼을 때 입장(주장하고 있는 것)과 실익(요구, 욕망, 이해관계…)의 차이를 아는 것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서가 나타나기 전, 창문을 열자마자 창문 닫기를 원하는 사람이 먼저 왜 창문을 열고 싶어하는지를 물었다면 두 사람은 진정 원하는 것(실익)이 창문의 개폐 여부가 아니라 신선한 공기와 외풍을 막는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았을 것이고 두 사람의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들은 창문을 열고 닫는 신경전과 불필요한 다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둘다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공부 혹은 독서하기를 원했었고 그들의 내면적인 요구는 동일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있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라는 것과 외풍을 막고 싶다라는 것 사이의 소통
이 없음으로 인해 창문의 개폐가 심각한 갈등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의 소통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다고 누구나 생각하면서도 소통의 능력과 소통의 필요성을 적용하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갈등 당사자들이 그런 능력이 있다면 더 일찍 서로에게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 사서라는 중재자를 통해 서로의 요구사항과 주장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사서는 옆방으로 창문을 여는 결정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이것은 중재라는 개념과는 조금 다른데 중재자는 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사자들간의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평화롭게(만족스럽게) 문제를 해결한 경험도 적고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 있는 소통구조를 가져본 경험도 적다. 억압구조에서의 대결구도만이 전부이고 투쟁만이 문제 해결의 전부라고 생각해왔다. 중재라는 의미도 중립의 탈을 쓰고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오해한다.
미국에서는 형사사건에서의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중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또래 중재인이 아이들간의 갈등과 싸움을 중재하기도 한다. 전쟁을 치룬 국가간의 분쟁에도 중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재자(mediator)는 한쪽이 치우치지 않으면서 문제해결을 유도하는 사람이다. 모든 결정권은 당사자들에게 있으며 당사자들은 문제해결을 원하지 않으면 중재를 거부할 수도 있고 중재자의 중립성에 문제가 되면 중재가 이루어지는 중간에도 중재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평화로운 문제해결을 원하는 중재자는 자신의 이념과 가치와는 별도로 중재과정에서의 중립성을 지키면서 당사자간에 문제해결을 돕는 역할을 하게된다.
중재의 기법과 방법들은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고 그 평화로운 문제해결은 분쟁으로 일어나는 상처와 손실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평화운동에서의 평화능력을 키우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평화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칫 갈등으로 인해 서로 만나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아니라 슬기로운 문제해결로 만났을 때 웃음으로 서로를 환영하며 존재를 축복해줄 수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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