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신>
하위직 위주 구조조정 중단·노동3권 보장 촉구
9월23일 오후3시. 경북대 의대 노천강당 앞에서는 집회에 참가하려는 공무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공무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이 곳에서는 전국지방자치단체노조와 21개 지역 공무원직장협의회가 공동으로 ‘부당한 구조조정 개선을 위한 전국공무원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병력 1천여명을 투입, 집회장 출입을 가로막았던 것.
끝내 집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참가자들은 경북대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곳에서도 역시 경찰병력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이들은 대경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합세해 한 시간여 동안 몸싸움을 펼친 끝에 3백여명이 경북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5시쯤 시작된 약식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부는 올해 예정된 기능·고용직 공무원 직권면직을 철회하고 하위직 공무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며 △중앙과 자치단체의 차별적 구조조정 철폐 △상·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형평성 있는 구조조정 △총정원제 실시 등 7개항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구시청 직장협의회 박성철회장은 “IMF이후 시행된 공무원 구조조정이 고용·기능직을 비롯한 하위직에 편중돼 이번 전국집회를 갖게 됐다”며 “경찰이 뚜렷한 이유 없이 옥내집회마저 틀어막은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회장은 이어 “29일 행정자치부차관보를 만나 부당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할 방침이고, 노사정위원회에는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공무원직장협의설립·운영에 관한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국의 6급이하 하위직공무원들은 지금까지 전국에 1백70개의 직장협의회를 조직하고, 지역·직능별 21개협의회로 구성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준비위를 꾸렸다.
이날 집회는 여러 모로 뜻이 깊다는 평가다. 극소수 공무원을 빼고는 아직까지도 단결권 자체가 금지돼 있는 상태에서 이들이 전국적 연대조직을 꾸리고 전국집회를 시도함으로써 공무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설립까지는 만만치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날 집회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듯이 현재의 직장협의회가 노조로 전환하기까지는 아직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명확한 조직전망과 경험부족에서 비롯되는 현장지도부 부재, 2천4백여 대상기관 중 1백70여 곳에 지나지 않는 낮은 조직력이 꼽힌다. 이런 내부문제 뿐 아니라 노동3권에 대한 법률적 제약과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박배일부의장은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보다는 하위직공무원들의 근로조건이나 고용문제가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직장협의회가 제 구실을 다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3권을 쟁취해야 하고, 민주노총 또한 이를 위한 직장협의회의 투쟁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택흥/ 대구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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