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명분삼아 거대자본만 살찌워
경제종속 심화…캐나다·멕시코, 미국에 흡수통합될 판
정부는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이 비용절감, 고용증대, 첨단 신기술 도입 등 장밋빛 미래로 이어질 거라 약속하고 있다. 정부 얘기를 듣다보면 투자협정이 우리경제에 파멸적 결과를 부를 것이란 주장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이미 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의 경험은 ‘결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프랑스가 다자간 무역협정 협상에서 탈퇴함에 따라 세계무역협정 체결이 실패로 돌아가자 미국은 개별국가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왔다. 투자협정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권리를 폭넓게 보호하며, 어떤 나라도 노동, 환경, 자국상황 등을 이유로 투자자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투자협정을 논의하며 스크린쿼터제에 극도로 반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캐나다-멕시코간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원조다. 특정지역 또는 국가간에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완전히 없애 국내외자본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명분과는 전혀 딴판이다. 무엇보다 협정 체결 뒤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은 철저히 짓밟히고 오로지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금융자본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뒤 GM, 스테판 케미컬, AT&T 등 미국 기업은 멕시코 강줄기에 형형색색의 유독물질을 쏟아냈다. 자유무역지대인 마낄라도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달러도 안 되는 임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고디네스 교수(멕시코국립대)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멕시코는 경제위기 극복은커녕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1994년보다 24%나 떨어졌다. 내수지향적인 제조업과 농축산업은 큰 타격을 입어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첫해에만 80만명이 경작지에서 떠났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에 대한 경제종속이 심화돼 협정체결 이전 70%였던 대미교역의존도가 수출 80%, 수입 74.3%로 뛰었다. 캐나다의 경우 현재 주식시장의 30%가 미국 거대금융그룹의 손으로 넘어갔으며, 상당수 국민이 미국으로 출근하는데다 미국과 경제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지 불과 10년이 안돼 미국과 국가통합까지 바란다는 것은 몹시 충격적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 70%가 미국과 국가통합을 원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멕시코 정부도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과 국경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은 이와 관련해 “경제규모와 경쟁력 차이가 엄연한 현실에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철폐된 시장에서 자유무역이란 존재할 수 없다”며 “종속적 지위의 국가는 필연적으로 중심국가의 내부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이 일본, 미국, 칠레와 체결하려는 자유무역협정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대일무역적자는 1백억 달러를 웃돌고 1960년대 이후 단 한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 체결이란 조속한 식민지화에 다름 아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도 국내 농축산업 전반의 붕괴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칠레의 농산물은 미국계 곡물회사가 대규모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란 불보듯 뻔한 노릇이다. 지금 정부는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한·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운운하며 결과가 내다보이는 재앙을 부르고 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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