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난 9월22일 중앙위가 또 무산됐다. 물론 예전에도 정족수를 채우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 당시에도 그랬으니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때는 구속·수배가 너무 많아서 수배 중이어도 ‘사고’로 처리되지 않았다. 투쟁전술 짜듯이 회의를 잡았고, 사무처 성원들은 참석대상자들에게 무선호출기와 무선전화기를 이용한 ‘전파세탁’ 과정을 거쳐 회의 날짜와 장소를 알렸다. 회의성원들 또한 버스와 전철, 택시 등을 몇 차례씩 갈아타며 미행을 따돌리고 나서야 도착했다. 와야할 사람이 오지 않으면 모두 불안해했고, 안부를 걱정했다. 물론 수배되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수배자를 만나러 오는 사람은 수배중인 거나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털렸다’는 표현이 있던 때다.
그래도 그때는 정족수 채우는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다.
지금 구속·수배를 당연히 사고로 처리해 정족수에서 뺀다. 성원은 대개 각 조직의 대표자들이어서 누구보다 의지나 경력이 뒤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교통이나 통신이 불편하지도 않은 사회다. 그런 지금 다시 회의성립 문제가 민주노총을 괴롭히고 있다. 어떤 사람은 “당시는 엄중한 시기였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과연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물론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지난 96년의 한 중앙위에서는 자정을 넘기자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바람에 노개위 참여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때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회의장 근처에 사는 중앙위원을 불러들이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22일 중앙위는 성원이 모자라 개회도 못했다. 개회를 했더라도 자정까지 논의하기는커녕 언제 정족수가 안될 지 몰라 안건 하나 처리하기가 힘들었던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소속조직과 관련한 안건이 끝난 뒤에는 아예 자리를 떠버리거나 굳이 회의성립 여부를 묻는 얄미운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제는 중앙위원을 잡아야 한다. 대의원대회가 좀더 대중적 행사로서 구체적 논의보다는 ‘결의’를 모으는 자리라면, 민주노총의 주요현안은 중앙위에서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 그런데 그 중앙위원들의 집중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그곳에서 결정된 사업의 ‘집중성’이야 오죽하겠는가.
물론 회의에 참가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회의 내내 주요한 토론지점에서 입을 다물고, 결국 주요한 의제들이 별다른 토론 없이 원안대로 확정되고, 자연스레 실천력도 논의수준에 머무르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조직의 혁신이 시작돼야 할 곳은 불행스럽게도, 조직의 최고 대표자들이 모인 바로 그 주요 회의단위 들이다. 회의가 ‘다’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임은 인정하자.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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