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별노조로 가는 길
대다수 연맹 건설일정 마련…내년말까지 창립 꼬리 물듯
최근 금속산업연맹의 산별노조 건설방침을 확정하고, 언론노련 또한 조직형태변경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산별노조는 이제 큰 흐름을 타고 있다. 민주노총 가맹조직은 여전히 ‘연맹체’가 대부분이지만 어느 연맹도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실적 조건에서 비롯되는 건설 속도와 방향 등이 문제일 뿐이다. 한편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한 조직들은 좀더 ‘질높은 산별노조’를 향한 나름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조진영의 산별노조 건설운동은 어느 만큼 와 있을까.
내년 2월초 금속산별노조 건설을 일정에 올린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문성현)은 10월13일 중앙위에서 창립날짜 및 창립발기인 선출기준 등을 확정하는 등 막바지 준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맹은 실무준비팀을 구성해 강령·규약안, 기관 구성, 조합비와 예산 운용방안 등을 준비해 나간다. 공계진 연맹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일부가 퇴장한 상태에서나마 대의원들이 자신의 주장을 접고 만장일치로 하나의 건설안을 채택했다는 점이 가장 큰 희망”이라며 “조직형태 전환, 규약·강령 등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합의정신을 적극 살려나간다면 못 갈 것도 없다”고 말했다.
언론·택시 올해말 출범
언론노련(위원장 최문순)도 산별노조 창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0월초 중앙위에서 10월말~11월초로 날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30일 KBS와 부산일보노조가 조직형태 변경 조합원 찬반투표 이후 모두 28개노조 9천7백95명(61%)이 결의를 끝냈다. 언론산별노조는 기업지부를 뼈대로 하고 있으며 새로 가입하는 사업장의 경우 1백명 이상인 곳에만 기업지부를 인정키로 했다. 서울에 조합원 70%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역본부체제보다는 매체별·직능별 협의회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택시연맹(위원장 강승규)은 오는 11월말 산별단일노조 건설을 목표로 1노조1교육, 권역별 간부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지역노조 형태로 조직된 137개 노조를 포함해 3백여개 노조가 이 때까지 규약변경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공공연맹(위원장 김연환)은 2001년 11월중 산별노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올 초 구성된 공공연맹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조희만 수석부위원장)가 중앙위에 산별노조 건설안을 제출할 예정인 10월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출된 안은 대중적 토론을 거쳐 12월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심의하게 된다.
화물노련(위원장 김행기)은 지난 2월 운송하역노동자들의 산별단일노조인 운송하역노조(위원장 김종인)를 설립한 뒤 현재까지 90% 이상의 노조가 산별전환을 결의한 상태다. 연맹은 내년 3월 대의원대회에서 새로운 운송하역노조 지도부를 선출함과 동시에 완전한 산별노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택시, 화물, 민주버스노조는 옛 민철노련과 오래 전부터 운수산별노조 건설논의를 벌여왔으나 민철노련이 공공연맹으로 통합됨에 따라 논의가 주춤한 상태다.
세부계획 마련에 분주
건설산업연맹(위원장 이용식)은 조직강화위원회(위원장 유기수)가 세부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내놓을 계획이다. 건설일용노동자로 구성된 지역노조의 경우 현재 경기동부를 중심으로 경기도지역노조를 추진하고 있다. 부도가 난 일부 기업노조도 산별노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맹산하 단위노조들이 단계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데 건설산업이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어 의외로 논의가 빠르게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98년부터 통합논의를 진행하던 민주관광연맹(위원장 조철)과 상업연맹(위원장 김형근)은 아우르는 업종이 워낙 다양한데다 현안에 밀려 진척이 더딘 편이다. 이는 산별노조 건설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관광연맹 제주지역 노조들의 경우 지역소산별노조 건설 전망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민주화학연맹과 민주화학섬유연맹이 통합해 출범한 화학섬유연맹(공동위원장 오길성 황영호)은 과도기를 지나며 산별노조의 토대를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 건설논의는 새 임원진이 선출되는 내년 2월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무금융노련(위원장 김형탁)은 조직개편소위를 꾸려 조직체계를 재검검하고 있다. 소산별노조와 개별사업장이 섞여 있는 조직상황을 재정비해 대산별노조 건설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처음부터 산별노조로 출발한 전교조와 연맹체에서 전환한 보건의료, 대학노조 등은 조직을 내실화하고 산별교섭을 정착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미 산별노조인 경우는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는 올해 본조의 방침에 따라 힘있는 총파업을 벌여냄으로써 산별노조로서의 위상을 더욱 다졌다. 노조는 그러나 명실상부한 산별노조 구실을 하려면 산별 중앙교섭 쟁취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법제화 등 산별교섭 정착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조직의 형태 뿐 아니라 활동, 교섭, 투쟁 등 모든 면에서 사업장의 담을 허물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의원급을 지역노조로 묶는 등 미조직 조직화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전교조(위원장 이부영)는 지난 89년 처음부터 산별단일노조로 출범한 뒤 지난 해 7월1일 명실공히 합법화를 이뤄낸 바 있다. 9월부터는 교육부와 단체교섭 성사투쟁에 들어가 1년여 투쟁 끝에 단체교섭을 체결했으나 교육부는 현재 약속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노조(위원장 김용백)는 지난 98년 12월 대학노련이 산별단일노조로 전환한 뒤 조직이 크게 확대되고 IMF이후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성과를 냈다. 출범당시 37개지부 4천2백명이던 조직규모는 현재 81개지부 7천4백명으로 늘어났다. 산별노조 3년째에 들어서며 조합원들 사이에 교섭체결권이 본조에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그럼에도 아직 교육부, 사학재단쪽과 중앙교섭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조직은 전환됐는데도 인력과 재정이 중앙으로 집중되지 않는 점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중앙교섭 쟁취투쟁을 벌이면서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내다보고 있다.
한편 대학노조와 전교조는 장기적으로 교육산별노조 건설 전망을 분명히 갖고 있다. 전교조는 합법화되면서 조합원 자격이 교사로 제한되고 대학교수나 직원은 제외됐다. 전교조는 이와 관련 향후 법개정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처음부터 산별단일노조로 출범한 민주버스노조(위원장 성홍기)는 울산처럼 가입 조합원이 많은 경우는 지역차원의 공동교섭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지역은 규모면에서 공동교섭을 벌이기에 무리가 있어 노조민주화를 통한 조직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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