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신>

이제 내 손엔 부채도 손수건도 없다. 강렬한 햇볕 대신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그리고 지쳐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1백16일.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겪은 시련과 고통보다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처음엔 선배 손에 이끌려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파업에 참가했는지 모르겠다. 고용불안을 느끼며 일하는 우리 자신을 보면 적어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미력이나마 힘이 되고자 했다.

일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다 이번 파업 과정에서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정말이지 스위스그랜드호텔에 대해 너무나 큰 실망감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파업 전부터 불성실한 교섭으로 임해왔던 회사쪽은 우리 노조를 어떻게든 분해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업무방해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위원장과 부위원장 두 명을 구속시켰다. 게다가 조합원들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과 대의원들에 대해 재산가압류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나처럼 파업에 참가한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은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반면 어떻게든 장사는 하겠다는 생각에서 불법적으로 대체근로를 투입했고 지난 9월21일에는 경찰과 야합해 조합원들의 호텔출입마저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던 많은 선배와 동료들이 옷이 찢겨지고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몇몇 노조간부와 선배들은 경찰에게 질질 끌려가 TV에서나 보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장기파업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노조는 많은 것을 양보했으나 회사는 폭력으로 대답한 것이다.

처음에는 회사 나름대로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려니 이해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회사의 계략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조의 양보에 또 다른 이유를 대며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회사에 다녔는데 이런 회사쪽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이 파업이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회사쪽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동지들에게 조금만 더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승리의 깃발을 올릴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조여정(스위스그랜드호텔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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