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운영 모두 개선해야
방만한 운영, 잦은 위원교체, 제재장치 부재 등 원인으로 지적
민주노총 중앙위가 잇따라 유회돼 조직안팎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중앙위가 무산된 뒤 일주일만에 되풀이됨에 따라 많은 사람이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이수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임기말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조직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총장은 “의욕이 충만하고, 역동적이던 민주노조운동 초기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나 조직체계나 운영방식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게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직의 내부체계와 함께 회의조직, 자료준비 등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29일 상임집행위를 통해 유회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키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상집위는 유회의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먼저 중앙위가 방만하게 운영돼왔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규약에는 정기중앙위를 연 2회(7월과 12월) 열고, 필요하면 수시로 소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올 들어서만 이미 7차례 소집하는 등 너무 자주 열렸다는 것이다. 사실 상정된 의안 대부분은 반드시 중앙위를 거쳐야 하는 것이고, 시기를 다투는 사안이다. 여기에다 결의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거나 연맹, 중앙위원, 중집의 요구가 많은 것도 잦은 소집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시기와 의안을 집중하고 잘 조절해 꼭 필요한 안건만 올려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다음으로는 제도상의 문제가 꼽히고 있다. 총연맹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중앙위원 숫자를 산정해 연맹에 통보하고, 연맹은 이에 따라 명단을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이 확정돼 있지 않고 교체가 심한 편이다. 이는 중앙위원들이 자부심과 의무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석률이 불량한 중앙위원에 대해 제재하거나 참석을 촉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테면 세 번 이상 불참하면 벌칙을 내리는 따위의 장치를 만들어 의무감과 참여의욕을 높여야 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리한 회의진행도 참석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장의 회의주제가 느리기도 하지만 참석자들도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계속 문제제기를 해 시간을 끌거나, 의제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연맹안에서 거론될 만한 문제를 토론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필요한 것은 토론하되 찬반을 물어 결정하는 등 신속하게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는 의장의 역할에 해당하므로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운영과 관련한 것은 바로 보완책을 시행하는 한편 제도개선과 관련된 부분은 대의원대회나 중앙위에서 규약(규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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