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체제엔 희망이 없다”

구체적 지향은 사회민주주의, 시장사회주의, 사회주의 등 다양

다음총선 정치세력화 가능 85.2%…2002년까지 산별 건설 76.7%

민주노총 소속 노조간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략위의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준다. 노동운동을 둘러싼 주요쟁점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운동전망과 관련해서도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먼저 사회발전방향과 관련해 이들은 자본주의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7.4%에 그친 반면, ‘시장사회주의’ 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결합(37.5%), 서구 사회민주주의 모델(28.8%), 사회주의(26.4%) 순으로 선호도를 밝혔다.(그림1) 그러나 총연맹으로서 민주노총은 지향해야 할 사회체제를 명시(14.0%)하기보다는 구체적 정책으로 표현하거나(46.5%) 평등사회, 노동해방 등과 같이 추상적 형태로 표현하면 된다(38.9%)는 쪽이 주류를 이뤘다.

국고보조금과 대정부교섭

현재 주요쟁점으로 떠오른 ‘민주노총 중앙이 정부보조금을 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 모두 받아야 한다'(53.4%), 보조금의 형태가 아닌 사회적 기금의 형태로 받아야 한다(22.8%) 등 받는 것을 찬성한 의견이 일체 받아서는 안된다(12.8%)는 크게 앞질렀다.(그림2) 대정부교섭을 놓고는 ‘당분간 노사정 교섭틀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안별로 노정, 노사, 노사정 간 교섭방식'(55.3%)을 선호했다.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형식적 참가보다 노사정 동수 구성, 정보청구권 확보, 전원합의제 운영 등 제도개혁투쟁이 선행되야 한다'(67.5%)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노총과의 관계 ‘한국노총 내부의 민주적 변화를 유도한 후 통합을 추진'(46.7%)하거나 통합논의보다 상층부의 어용성을 비판하되 조합원대중과 사안별 연대(29.9%)를 주문해 즉각 통합추진(13.4%)이나 통합논의가 필요없다(10.0%)는 의견보다 많았다. 4·13총선에서 시도한 노동자정치세력화와 관련해 응답자의 85.2%가 ‘다음 선거에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복수노조체제

한편 2002년부터 기업별 단위노조에 복수노조가 적용될 경우 다소 문제가 발생하거나(54.0%) 문제가 심각할 것(35.9%)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2002년이후 복수노조시대에 교섭단 구성문제에 대해서는 ‘노조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 단일화되지 않는 경우 사용자쪽은 각각의 노조에 대해 교섭의무가 있음을 명시'(37.1%),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합의가 안될 경우 조합원수 비례로 교섭단 구성(36.5%), 과반수노조가 교섭권을 행사하고 과반수노조가 없을 경우 교섭대표단을 전체 조합원투표로 선출(25.8%)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은 이와 관련해 “날치기로 통과된 현행 관련법 자체가 노동기본권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산별노조 건설로 풀어야 하지만 과도기적으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산별노조 건설과 미조직노동자

소속조직의 산별노조건설시기와 관련 2000년 27.1%, 2002년 25.6%, 2001년 24.1%로 응답해 다수가 2002년까지 산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그림3). 산별노조체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로는 권한, 인력, 재정의 집중에 의한 관료화(41.3%)와 현장조합원의 일상투쟁과 일상활동의 위축(28.9%)이 지적됐다. 산별노조체계의 교섭, 투쟁, 인력, 재정의 집중과 분산문제에 대해서는 산별노조 중앙이 행사하되, 의결기구의 위임결정에 따라 하부조직이 보완적으로 행사한다는 의견(54.8%)이 가장 많았고 규약과 규정에 의해 산별노조 중앙과 기업단위 노조조직에 분산한다는 의견(30.2%)이 뒤따랐다.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 기업별 단위노조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사업으로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식전환 교육(32.7%), 소속기업과 직접 관련되는 하청업체, 파견업체, 임시직 노동자를 직접 조직하는 작업(29.4%), 단체협약 적용확장 등 차별철폐투쟁(26.4%) 등이 꼽혔다. 전체 노동운동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미조직노동자들의 현실적 요구를 사회쟁점화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대자본·대정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61.4%)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전문적인 조직가와 재정을 투여해 집중적인 조직사업을 전개해야 한다(21.8%)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조직운영과 간부역량강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개선방향과 관련, 대의원수 확대에 대한 찬성(52.9%)과 반대(47.1%)는 엇비슷한 반면 대의원을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과 회기를 1박2일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이 각각 77.3%, 69.6%로 반대의견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민주노총 임원의 조합원 직선제에 대해서는 차기부터 실시(27.8%), 차차기부터 실시(35.4%), 산별조직 직선제 후 실시(25.2%), 불필요(11.6%)의 분포를 보였다.

한편 노조간부활동을 하면서 역량이 어느 정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다수 간부들이 정체되어 있다(64.4%)고 답해 체계적인 간부교육의 필요성을 웅변했고,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교육으로는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교육(49.5%), 조직, 투쟁, 교육, 조사 등 전문 실무교육(34.6%)을 꼽았다.

사업장 내에서 해결해야 할 성차별 문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업무배치, 승진, 승급차별(48.4%), 취업제한, 정리해고시 여성 우선해고 등 고용차별(33.2%)이 꼽혔고 노조간부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31.1%,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응답은 63.6%로 대다수 간부들이 찬성했다.

한편 주5일근무제를 쟁취해 여가시간이 늘어난다면 자기개발(컴퓨터, 외국어 공부 등)을 위해 투자한다(44.1%)는 의견과 여행, 등산, 스포츠 등 취미생활을 한다(39.2%)는 의견이 주종을 이뤘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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