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조잘거리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일 때가 있다. “근데, 씨바, 그 새끼가 이렇게 나오는 거야. 나 졸라 열받았다는 거 아니냐.” 통신이나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는 언어습관의 탓인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여성들에게도 욕이 일상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장안의 명물 욕쟁이 할머니(희한하게도 욕쟁이 할아버지가 화제로 등장한 적은 거의 없다)들이 있고, 시장 골목에서 억척스럽게 욕을 쏟아내는 아줌마들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단련돼온 할머니나 아줌마들의 욕에 비해, `씨바’ `졸라’ 류의 욕은 단순히 유행에 편승하려는 객기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연륜이 쌓이기 전에는 욕을 해서는 안된다거나, 욕은 무조건 나쁜 것이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나 꼼짝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후회하느니, 아는 욕을 모조리 동원해 분노를 표출하는 편이 훨씬 낫다.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욕을 할 것인가, `내가 하는 욕’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유행이든 아니든 우리가 아는 많은 욕들은 대부분 남성들이 써온 것이다. 그렇기에 “네 어미를 X할”이라는 가공할만한 문장에서 “씨발”이라는 말이 나왔으며, 남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말에 그 많은 어미들이 따라붙어 온갖 욕으로 변형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여성들이 욕을 할 때 낯설고 불편한 까닭은 이런 욕들에서조차 여성은 전혀 주체적이지 않은 때문일 것이다.

내 안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서 욕을 하는 것이지만 그 욕 안에 정작 그 자신, `여성’은 없다. 몇몇 친구들은 여성들만이 쓸 수 있는 욕을 만들어 적절할 때 써먹자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언어로서 사회성을 인정받으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터이니 과연 실용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만, 욕을 하는 여성들이 이런 점만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내가 지금 흘리고 다니는 이 말들이 도대체 어디로부터 흘러와 내 입을 거쳐 튀어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말을 듣고 불편해 하는 여성들로부터 나를 점점 더 립시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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