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대신 노동조건 떨어뜨리자”
민주노총, 최근 외국통계·조사결과 등 새 반박자료 입수
“월차·생휴폐지, 임금할증율 축소, 임금삭감 등은 억지주장”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면 이와 연동해 다른 노동조건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정부와 자본쪽의 주장은 합당한가.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조건 악화 없는 주5일근무제(주40시간제) 전면실시’를 뼈대로 하는 입법청원을 내 쐐기를 박았다. 자본쪽은 줄곧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해오다 대세가 판가름나자 노동조건 개악을 들고 나왔고, 정부 또한 이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쪽의 노동조건 개악 논리가 근거 없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 이는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이 최근 입수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우선 자본쪽은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면 휴일이 늘어나 선진국 등 나른 나라보다 휴가일수가 많아진다며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주5일제를 실시하는 나라의 경우 연 4-6주에 이르는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휴가일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나아가 안식년, 교육휴가, 양육휴가 등 다양한 장기 휴가·휴직제가 확산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기준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기존의 휴가나 휴일을 줄인 예가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경우 꾸준한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연간 유급휴가일이 오히려 늘려왔다.
외국의 사례가 아니라도 월차·생휴가 폐지되면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는 1년 미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휴가가 없어진다. 여성노동자의 경우 두 가지 휴가가 폐지되면 연 24일의 휴가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는 어느 모로 보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본쪽은 또 ‘한국의 장시간노동은 노동자들이 돈을 더 벌려는 욕심으로 주어진 휴가도 쓰지 않는데서 비롯된다’며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할증율을 줄여 휴가를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행 50% 할증율을 25%로 낮추자는 것이다. 자본쪽은 이 주장의 근거로 ILO기준이 25%라는 점과, 다른 나라의 할증율이 낮다는 점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ILO 기준은 ‘25% 이상’이고, 다른 나라의 경우도 대부분이 50% 이상의 할증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LO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78개국 가운데 44개국이 50%이상의 할증율을 적용했고, 나머지 34개국의 경우도 10%-150%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초과근로는 노동자의 ‘돈욕심’ 때문이 아님은 자본쪽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이다. 올해 8월 상공회의소가 사업체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초과근로를 하는 이유가 ‘일손부족, 납기촉박 등 불가피한 회사사정 때문’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63.3%로 가장 많았다. 반면 ‘수당지급을 선호해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자원해서’라고 답한 업체는 6.1%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할증률을 낮출 경우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지금보다 더 초과근로로 내몰아 노동시간은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되레 할증율을 높여 초과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사용자들은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변형근로시간제를 실시하자고 요구한다. 정부 역시 법정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근로시간의 탄력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형근로시간제가 확대되면 노동강도가 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실제 수당 없는 연장근로가 합법화되고 만다.
자본과 정부는 노동시간을 주43시간 -> 42시간 -> 41시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주40시간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는 토요일을 3시간에서 1시간 근무하자는, 비현실적인 억지주장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사업체 규모나 업종별로 순차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 또한 그렇잖아도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영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을 차별할 뿐만아니라 제도정착을 방해하게 된다.
한편 사용자들이 가장 핏대를 올리는 주장이 바로 “노동시간 줄인 만큼 임금을 깎자”는 것이다. 임금삭감 없이 주40시간제가 도입되면 인건비가 14%가 올라 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법정노동시간만 줄고 실노동시간은 그대로 일 때나 있을 법한 가정이나,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9년 44시간제 도입 뒤 3년 동안 실노동시간이 3.3시간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이 또한 무리한 주장임이 드러났다. 물론 초기엔 약간의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으로 곧바로 흡수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89∼91년 사이 법정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처음엔 초과근로가 늘어 임금비용이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곧 작업조직 재편 등 생산성향상으로 임금비용을 상쇄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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