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제에 강력대응…노조허리 강화해야”

인터뷰/이갑용 현중해고자(민주노총 전위원장)

△20일 넘게 해고자들이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해고자들의 투쟁은 노조살리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조합원 속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한편 해고자문제를 쟁점으로 만들고 노조투쟁에 불을 붙이는 게 목표다. 90년 ‘골리앗투쟁’ 뒤 회사는 2000년을 겨냥해 노무관리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에 대응해 94년 파업을 계기로 노무관리 고리역할을 해온 각종 써클, 부서상조회 등을 해체하고 ‘부서동지회’라는 단일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회사쪽은 부서동지회를 깨고 상조회를 다시 만들었다. 회사는 진급을 이용해 조합원 개개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나갔다. 이렇듯 회사의 현장장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현장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핵심원인은.

=회사는 90년 이후 꾸준히 투자해왔다. 중간관리자들에게 2박3일 합숙교육을 시키고, 이후에도 기수별모임 등 인간관계로 치고 들어왔다. 지금은 회사가 기를 쓰지 않고도 노조로 힘이 쏠리지 않는 상태가 됐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힘이 없는 건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합원 교육시간이 연 2시간인데 파업하지 않으면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가 없다. 회사는 또 노조활동가나 대의원의 성향과 인맥을 철저히 꿰고 있다.

△계속된 쟁의에 따른 피로나 피해의식, 평균나이를 조직력약화의 원인으로 들기도 하는데.

=단순한 핑계로 볼 수밖에 없다. 노조는 연례행사처럼 된 쟁의를 통해 단결을 꾀하고 의식을 강화해 왔다. 쟁의를 한번 하지 않게 되면서 현장에 큰 충격이 왔던 것이다. ‘조합원 평균나이가 높아지고 경제적 압박감이 높아짐에 따라 노동운동이 안되고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만큼 노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들린다. 지금 정치적 투쟁은 엄두도 못내고 있지만 활동가들이 투쟁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노조얘기가 많아지고 이 가운데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활동가든 활동가군에 결합할 수 있다. 현중의 임금복지수준을 고려할 때 경제적 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현장동력 회복을 위한 대안이라면.

=무엇보다 노조의 허리인 대의원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럴 때 소위원과 현장활동가들의 현장장악력을 높여낼 수 있다. 회사는 조합원들이 한번 터지면 감당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회사쪽 대의원을 동원해 쟁의비 예산을 부결시키는 등 악수를 두고 있다.

현대그룹의 노무관리방식은 전국에 순회강연을 다닐 만큼 치밀해 활동가들의 경우 개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완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이를 극복할 수 없다. 싸울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회사는 조합원들의 힘이 터져나왔을 때 확 밀리지만 일상시기에는 완전히 죽을 때까지 밀어댄다. 그 결과 지금처럼 숨조차 쉬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싸워야 할 때 싸우고 단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부서별로 노조의 활동력을 넓혀가고 회사의 현장통제에 단단히 대응해야 한다.

△노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조합원들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이상 지지한 현 집행부는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노조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믿고 따라오는 분위기를 감지하는 순간 과감해야 한다. 그러면 분명히 이길 수 있다. 회사는 지금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실시되면 자신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회사는 옛날에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인지도가 있는 일부 사람들을 골라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결성해 해야할 일을 회사에 재가받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한다. 이러한 현실이 대의원의 3분의1수준인 60명 정도만이 쟁의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명망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합원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싸울 수 있는 대의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장조직의 경우에도 선거 때 앙금이 큰 상태지만 싸울 때는 모여야 한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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