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와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은 채 평생 함께 이룬 재산을 대학에 기부해도 되나? 재산 명의가 남편으로 돼 있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70대 할머니가 실제 겪었던 일이다.
남편이 다른 여성과 사귀다 가족의 모든 재산을 빼돌렸다면? 마찬가지다. 그 재산 소유자가 남편이라면 말이다.
이런 불합리를 막고 부부 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진전시키기 위해 여성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26일 오후 2시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여는 `여성의 재산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기점으로 `부부재산 공동명의 운동’에 본격 들어가기로 했다. 혼인 중 어느 한쪽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간주하는 현행 `부부 별산제’로는, 재산을 대부분 남편 명의로 하는 현실에서 여성의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해 학계·여성계의 요구로 91년부터 재산분할 청구권이 도입됐지만, 여성단체들은 △이혼 때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혼 이전에 명의자가 재산을 처분해도 막을 수 없고 △분할 비율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은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상대의 재산을 조회할 수 없어 평소 재산 규모를 파악할 길이 막혀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3~8월 서울가정법원이 내린 이혼 판결 107건을 분석한 결과에선 이혼 여성이 공동재산의 30~40%를 분배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현실에서 이런 분배 비율이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여성단체들은 지적한다.
그래서 여성단체들은 △결혼한 뒤 모은 모든 재산을 공동 재산으로 봐야 하고 △재산의 관리·처분을 공동으로 하며 △한쪽의 재산 은닉에 대비해 재산을 조회·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전화연합이 최근 기혼 부부 6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이 소유한 재산의 명의는 대부분 남편으로 돼 있었다. 집은 76.2%가 남편 명의였고, 부인 명의는 12.2%, 부부 공동 명의는 3.0%에 불과했다. 저축성 재산도 비슷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하면서 집을 사거나 전세 계약을 할 때 공동 명의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여성의전화연합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특별법 제정 또는 현행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부부 재산 계약제를 알리고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은 공동 명의로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도 서둘러 마련할 것도 요구할 계획이다.
당장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에게 △함께 돈을 만들어 집과 혼수품을 산 뒤 이를 공동 명의로 하거나 △재산을 공동으로 할지, 각자의 명의로 할지를 계약으로 정할 수 있음을 알리고, 기혼 부부들에게는 집을 장만하거나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부부를 나란히 소유자로 올리자고 권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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