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는 바로 당신곁에 있다

일자리, 식탁,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삶 좀먹어

노동자들은 그동안 크고 작은 숱한 투쟁을 펼쳐왔다. 그런데 어느 투쟁에서도 ‘신자유주의 저지’는 늘 빠지지 않았다. 마침내 ‘신자유주의의 축제’라는 아셈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마치 ‘유령’처럼 이 시대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신자유주의는 여저힌 실체가 잡히지 않는 괴물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이 물음에 하나하나 다가가보자.

96년12월26일 총파업은 정리해고 도입 등 노동법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 총파업이 이미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첫걸음이었다고 평한다. 김영삼정부는 96년 봄부터 신노사관계,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흘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입을 전후해 홍보해댄 국가경쟁력 강화니, 세계화니 하는 구호는 아직 추상적으로 들렸다.

96년 12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첫 사건이 터졌다. 포항제철이 삼미특수강을 인수하면서 자산인수형식을 내세워 노동자 5백87명의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이다. 지금까지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포항제철 부당해고노동자’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4년째 끈질긴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피부에 와 닿게 된 것은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정부 집권과 동시에 IMF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다. IMF가 강요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김대중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데다 98년 2월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가 도입됐다. 노동자들은 그 뒤부터 조여드는 고용위기를 맨몸뚱이 하나로 견뎌내야 했다. 정부 공식통계상으로도 외환위기 이전 2%대의 실업율은 10%대를 넘봤고, 서울역 노숙자는 ‘IMF시대’의 상징으로 언론을 도배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노동자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97년말~98년말 은행원 3만9천15명을 포함해 6만8천4백83명의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났고, 주요 시중은행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 이와 함께 제조업 사업장 다수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감에 따라 헐값매각에 따른 국부유출·경제종속 논란은 물론 외자기업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미국 투기자본 로스차일드는 5억달러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한국 금융권이 조성한 구조조정기금 1억달러를 빌려서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등 알짜기업을 인수한 뒤 차액을 남기고 되팔았다. 결과적으로 국민혈세인 공적자금과 정리해고·임금삭감 등 노동자의 피값으로 기업을 살려 미국자본에 넘겨줬고, 부실경영 책임자 정몽원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외자기업은 임시·일용직을 대거 투입하는 고용유연화 정책에 앞장서고 한국게이츠에서와 같이 부품 해외공수로 노조무력화를 획책하기도 했다.

한편 98년 7월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이 격렬하게 진행되면서 한미투자협정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98년 6월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로 변신한 김대중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한미투자협정을 제안했는데 이후 협상과정에서 스크린쿼터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등장한 것이다. 문화주권운동으로까지 발전한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은 커다란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사안이었다. 스크린쿼터 즉 투자의 허가조건으로 한국산영화라는 현지생산품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투자의 완전자유, 자본의 초국가적 자유이동을 요구해온 신자유주의 정신에 정면 배치됐다. 올해 9월 김대중 정부는 일본을 방문해 한일투자협정의 연내체결을 공식화하고 한미투자협정 협상을 가속화하는 등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 적극 부응해 나가고 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인한 20대80의 사회,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사회적으로 굳어지고 있음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참여연대와 유엔개발기구(UNDP)가 공동주최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실태와 빈곤감시스템’이라는 포럼을 계기로 ‘빈곤인구 1천만명’은 정설로 굳어졌다.

이밖에도 김대중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개방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민족농업농민의 위기감이 폭증하고 있는 데다 98년 한국과 칠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고 있어 농업붕괴를 부추기고 있다. 또 교육, 의료분야도 정부가 올 하반기 WTO에 농업 및 서비스 분야 정부제안서를 제출키로 함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의 확산 등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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