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WTO 등 국제기구 내세워 투자환경 정비

지난 1997년 정부는 우리경제가 폭발직전의 위기에 처했다며 IMF에 손을 내밀었다. 그 이후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라는 한마디는 모든 정책의 최고강령으로서 사회전반에 온갖 종류의 재앙을 몰고 왔다.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수십만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잃고 길거리로 쫓겨났다. 천신만고 끝에 일자리를 지킨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거나, 임금과 복지 등 노동조건의 후퇴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렇듯 IMF체제는 대다수 국민에게 극한적 고통을 안겨줬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다수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딛고 서서 이득을 보는 세력도 있다. 바로 초국적자본이다. 따지고 보면 IMF도 더욱 자유로운 착취를 위해 세계를 뒤흔드는 이 초국적자본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초국적자본의 ‘남는 장사’를 위해 모든 시장은 개방되고,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초국적자본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완벽하게 제거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투자협정’이 체결된다. 투자협정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보호하며, 환경, 노동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없앤다. 아셈 역시 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거래와 금융시장의 완전한 자유화를 보장한다. 초국적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혁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내용 역시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을 차별하지 않는 법, 해외 직접투자를 쉽게 하는 제도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탈규제화 등이다.

각기 다른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에 편승 또는 주도하고 있는 이같은 기구나 정책들은 결국 초국적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초국적자본이 더욱 수월하게 대규모 인수합병을 할 수 있도록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주식소유 한도나 국내산업 보호정책을 없애나갔다. 그 결과 주식·금융시장은 팽창됐고, 은행 ‘예금통장’에 있던 돈은 ‘증권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 한해 초국적자본이 초저가로 한국의 공기업을 비롯한 기업, 금융기관 등을 사들여 얻은 투기이익은 36조에 이른다.

한편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우리나라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민중의 삶과 제3세계 국가를 파괴해나가며, 그 대가로 극소수 초국적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한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략이다.

1970년대 후반 이래로 20여년에 걸쳐 추진돼온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선진국과 저개발국간의 경제적 격차 뿐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의 계급·계층간 격차도 더욱 벌려놓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소득 기준 상위 20개국의 평균소득이 하위 20개국보다 37배 많다. 세계총생산(GDP)의 86%를 상위 20%의 부유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고, 그들과 최빈곤층 20%간 일인당 평균소득 격차는 늘어만 간다. 국제무역과 투자에서 선진국의 독점은 더욱 심각해서 상위 20%의 선진국이 세계무역의 82%, 해외직접투자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위 20%의 최빈곤국은 무역과 해외직접투자의 단 1%에 그치고, 자본은 이윤창출이 가능한 10개국 정도에만 집중돼 있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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