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 해체·착취의 자유를 향해”
‘자유시장’ 주장 이면에 이윤 위한 강력한 국가개입 요구
신자유주의는 그 지배적인 영미형 유형에서 보면, 자본운동과 이윤추구에 대한 어떤 사회적 제한도 철폐할 것을 요구한다. 이 본질적인 요구를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과 국가개입 배제라는 요구로 번역해서 제출한다. 자유로운 시장과 시장경쟁은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완전고용, 그리고 최적의 후생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은 자산계급과 무산계급간의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전제한 위에서 운동할 것이므로 자유시장에서 양자의 경쟁은 결코 성과에 따른 공정한 분배가 아니라 소유와 비소유에 따른 불공정한 분배를 가져온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은 자본의 논리에 부합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시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선전과는 달리 최적의 자원배분과 완전고용 그리고 최적후생을 가져오지 못했다. 자본의 이윤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경쟁은 그와 반대로 생산의 무정부성과 주기적 공황 그리고 구조공황을 가져왔을 뿐이다. 1930년대 국가의 포괄적인 국가개입과 케인즈주의 또는 사민주의의 확립은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과였다.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1970년대 중반이래 세계자본주의의 구조불황을 배경으로 하여 이 구조불황의 타개책으로 등장하였다. 레이건과 대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이 구조불황의 원인을 사민주의 또는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주의 정책이 가져온 시장경제 원리의 훼손에서 찾았다. 이들은 사민주의 또는 케인즈주의가 시장경쟁과 이윤원리를 제한하고 사회복지정책을 남용해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해침으로써 경제위기가 불러왔다고 보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고 탈조절, 민영화, 자유화와 개방화 그리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자들은 구조공황을 계기로 하여 2차대전이후 사민주의 또는 케인즈주의 하에서 실행된 노동자계급과의 타협정책을 무효화시키고 다시 한번 자본가계급에게 무제한적으로 노동자계급을 착취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사민주의 또는 케인즈주의 이전의 자유주의 세계로의 복귀를 꿈꾸는 것이었다.
고전적 자본주의에서도 그러했지만, 더구나 현대자본주의체제에서 국가개입이 없는 자유주의 세계는 실현될 수 없는 일종의 망상이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국가의 경제개입을 시장에서 밀어낼 수도 없었다. 자유시장을 주장하는 이면에서 국가의 경제개입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변한 것은 다만 국가정책의 성격과 내용일 뿐이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유로운 자본운동과 무제한적 이윤추구를 위한 국가적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국가의 강력한 자유화정책과 개방화정책에 따라 자본의 세계적 운동은 미증유로 확대되었고, 초국적자본의 이윤조건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자들의 선전과는 달리 구조불황은 극복되지 못했다. 성장률은 계속 둔화됐으며, 대량실업은 오히려 크게 늘고 구조화됐다. 세계의 유일한 성장지역인 미국에서도 성장률의 증대와 실업감소는 노동조건의 악화와 임금감소, 고용조건의 불안정화를 대가로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자본운동이 급진적으로 세계화되면서도 구조불황으로부터는 탈출하지 못함으로써 생산부문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누적된 화폐자본은 국제금융시장을 떠돌아다니며 투기자본화하였다. 일련의 국제적인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투기적인 금융자본의 운동과 함께 세계경제는 더욱 불안정하게 되었고 위기는 세계화되었던 것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과 세계화가 세계국민의 복지와 후생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선전과는 반대로 유례가 없이 강화된 자본의 세계적 운동에서 사람들은 위기의 심화와 경쟁의 격화, 생존의 위협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대응은 이른바 “제3의 길”로 나타났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두 개의 유형, 즉 급진적인 영미형과 보다 온건한 독일형의 타협 또는 영미형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사민주의의 타협이라 할 수 있다. 시장과 자본의 무제한적 자유를 시장적합적인 국가개입을 통해 통제하려는 이 길의 제한성은 위기의 지속에서 그대로 노정되었다.
이렇듯 세계화가 급진전되는 오늘날에도 위기의 대안은 자본운동의 자유화가 아니라 그에 대한 비시장적, 사회적 통제의 강화이며, 그것은 사민주의나 케인즈주의로의 복귀가 아니라 이를 넘어가는 보다 강력한 사회화와 통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김성구 (한신대교수,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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