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기구’ 입증

노동자 민중생존권 억압·초국적자본 이익보장 등 불러올 듯

자동차 2부제 실시, 노점상 철거, 1조5천억원에 이르는 아셈타워 건축비,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한 3만여명의 경찰동원 등 법석을 떨었던 서울의 3차 아셈회의가 끝났다. 지금 서울 아셈의 결과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와 함께 아셈을 ‘또 하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기구’라고 한 우리의 규정은 타당한가.

이번 아셈회의 뒤 발표된 주요문서는 ‘2000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ECF2000)’, ‘의장성명서’,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이다.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이 남북, 북미 관계개선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으로 인해 채택된 것이라고 한다면 실질적인 주요문서는 앞의 두 개다.

먼저 의장성명서를 보면 정상들은 “양 지역간 무역-투자흐름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무역원활화행동계획(TFAP)의 목표달성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무역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개별 회원국의 조치현황을 자발적으로 매년 보고 할 것”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정상들은 투자촉진행동계획(IPAP)을 이행하기 위해서 ‘무역과 투자에 관한 고위급회의(SOMTI)’가 취한 일련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직접 투자유치(FDI) 증진을 위한 최적방안목록 취합 등이 포함돼 있다. 유럽위원회가 제출한 목록에는 외환통제 철폐, 과실송금 자유화, 민영화, 외국인부동산소유에 대한 규제철폐, 낮은 세금 부과, 무파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상들은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뉴라운드가 출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2000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ECF2000) 역시 의장성명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경제장관회의, 무역과 투자에 관한 고위관리회의(SOMTI)를 통해 두 가지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첫째가 WTO체제에 입각해, 법에 기초한 개방적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이행하며, 모든 아셈 회원국이 WTO체제에 참가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무역원활화행동계획(TFAP)과 투자촉진행동계획(IPAP)의 활발한 이행과 강화를 통해 양 지역간의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아셈이 ‘또 하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기구’라는 우리의 규정은 전혀 틀지 않았다. WTO체제 강화와 뉴라운드재출범 시도, 양지역간 무역-투자확대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침해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제3세계국가들을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끌어들여 경제주권을 제약하면서 초국적자본 또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편입되는 통로는 아셈말고도 많다. 협상력을 완전히 잃은 채 GM에 해외매각되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는 대우자동차 문제, 전력·통신 등 주요공기업과 아직 남아있는 몇몇 은행·투신사 (해외)매각, 외환도피를 합법화할 외환거래자유화법 시행, 한미·한일투자협정 체결, WTO 뉴라운드 재출범 등이 그것이다.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붓고도 5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려는 데서 알 수 있듯 한국경제는 여전히 IMF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대고 있다. 게다가 유가인상, 반도체가격 하락, 현대위기, 미국경제 하강이 겹치고 있다. 이런 사정들을 반영해 증권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연중최고 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연초 280까지 올랐던 코스닥시장은 7~8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함으로써, 그리고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다가오는 제2의 위기를 막아보려 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1차 구조조정이 그랬듯이 대외종속성이 심화하고 불안정해지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기본권은 더욱 억눌릴 것이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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