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민주노총 ‘독자집회’ 결정의 뒤안
10월26일 열린 민주노총 11차 중앙집행위는 당면한 투쟁계획 가운데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한국노총과 공동개최하는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초점은 예정대로 11월12일 대회를 치를 것인가 아니면 날짜를 19일로 옮겨 한국노총과 함께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결국 예정대로 12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이를 둘러싼 토론과정은 지금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고민을 집약해서 보여줬다.
먼저 현실적인 고민.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한국노총 공공노협과 연대투쟁을 벌여온 공공연맹은 ‘공동개최’를 강력히 주장했다. 연맹 김연환위원장은 “한국노총이 공동개최를 제안해온 것은 공공노협이 내부에서 압박한 결과”라며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으니 공동집회를 원칙으로 해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노총의 공공조직은 10월말 공동투쟁 이후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하나로 전국노동자대회를 함께 갖도록 추진해왔다.
반면 사무금융노련 김형탁위원장은 “전태일열사 정신계승이라는 기조를 지켜온 민주노총이 날짜를 바꾸면서까지 공동개최할 경우 조합원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전국노동자대회는 단순히 전술적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같은 주장의 밑바탕에는 지난 23일 노동조건 개악가능성이 짙은 주5일근무제를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한국노총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한편 김예준 대전충남본부장이 소개한 지역대표자회의 토론결과는 이 문제를 보는 의견분포를 좀더 세밀하게 보여준다. 김본부장은 “‘함께 하자’거나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은 소수였고, 다수는 ‘한국노총이 공동개최·공동투쟁 의지가 있다면 12일로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논의의 밑바탕에는 강력한 연대전전을 만들고, 노사정위를 무력화해 노정교섭을 열어나가기엔 아직 투쟁동력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이 깔려 있다.
또 하나, 지금 노동운동의 중요한 원칙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문제도 고민거리.
공공연맹 김태일부위원장은 “이는 전국노동자대회 공동개최라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전략적 차원의 중요한 결정”이라며 “정부의 노동계 분할통치방식을 깨뜨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영수 경기본부장은 “한국노총의 본질은 변한 게 아니다”며 “지금이 노동운동의 질적 전환시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정림 대구본부장은 “한국노총내 노조민주화세력들이 진정으로 우리와 함께할 동지들”이라며 “조급할 필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한국노총과의 연대문제는 현시기 민주노총의 조직발전방향 또는 이념적 좌표와 맞닿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날 중집위가 12일 독자집회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명확한 좌표 없이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토론과 긴 안목의 실천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재철 leecc@nodong.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