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임박한 파국
「주간녹색좌파」 11/1 맥스 레인
8월 22일, 수백 명의 리아우 농민조합 소속 농민들이 페칸바루의 인도네시아 국
민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다음 번 수확철을 위한 종자를 살 수 있도록 농촌
지원 대부를 요구하는 시위였다. 같은 날, 수마트라 섬 최대 도시인 메단에서는
만 명에 달하는 공공교통기구 소속의 운전기사들이 파업에 돌입, 도시를 정지시켰
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좀 더 싼 부품값과 연료 보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지불
해야 하는 수많은 불법 징수금의 종식이었다.
8월 25일, 인도네시아 대학 학생들이 정부의 대학 지원 기금 삭감 후 부과된 부
가 수업료에 항의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처방으로 인
해 인도네시아의 최고 대학들이 기업화하고 있다.
9월 7일, 수백 명의 마두라 섬 주민들이 지방의회 건물을 습격했다. 지방의회가
한 장교를 구청장으로 선출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 방카 섬에서는 해고당한 노
동자들이 세계 최대 주석 공장의 작동을 중단시켰다.
9월 11일, 수천 명의 택시 운전기사들이 지역 교통기구 사무실을 약탈했다.
그리고 택시 요금 인상에 항의하며 택시를 몰고 국회로 몰려들었다.
9월 15일, 2000명의 섬유 노동자들이 서(西)자바 지사 공관 밖에서 집회를 열
고 서자바 지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부를 대체할 독립적인
전국노동위원회의 건설을 요구했다.
9월 26일, 수천 명의 서자바 농부들이 지방의회를 점거하고 있는 수백 명의 섬
유노동자들과 합류했다. 농부들은 농업국의 부패와 무보상 토지 몰수, 불법적인
세금 부과 등에 대해 항의했으며, 섬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민중의
이익을 지켜내지 않은 의회의 사퇴를 요구하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연설이 이어졌
다.
9월 27일, 수천 명의 동자바 농민들이 주도인 수라바야로 몰려들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토지소유자보다 농업 노동자들을 고려하는 쪽으로 농지법을 바꾸는 것
이었다. 이들은 시내에서 자신들이 점거하고 있는 지방의회와 부속 건물들까지 행
진했다.
10월 3일, 폰티아낙과 서(西)칼리만탄 항의 트럭 운전사들이 트럭 운임의 100%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운전사들은 연료와 부품값의 인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항만 노동자들도 이 파업을 지지했다.
10월 4일, 천 명의 농민들이 대통령궁에서 인도네시아 은행까지 행진하고, 자카
르타 시 중심부의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트랙터의 공급과
몰수된 토지의 반환, 그리고 자신들의 빈약한 소득에 대한 과세의 중단이었다. 같
은 날, 마캇사르에서는 수천의 학생들이 지사 공관을 습격하고, 차량을 불태웠으
며, 공무원들과 충돌하는 등,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행동을 계속했다.
보고르와 서자바에서는 공공 운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고, 차량을 동원,
광장을 가득 메웠다. 요구사항은 운임의 인상이었다. 유가 폭등 후 기름값이나 제
대로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벌게 해달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공공 교통
운전기사들이 차량을 빌리고 기름값과 수리비를 직접 대게 되어 있다.
10월 13일, 수백 명이 남(南)수마트라의 칼텍스 유정들을 점거하고 시추를 중단
시켰다. 이들은 칼텍스에게 그 지역 주민들을 더 많이 고용하라고 요구하였다.
10월 16일, 북수마트라 지역 3만 명의 대농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10
월 19일에는, 인도네시아 노동자투쟁전국전선(FNPBI) 소속의 2만 5천 수라바야 노
동자들이 100%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10월 24일, 사설 폭력집단
의 공격을 받은 후, FNPBI 노동자 3천 명이 다시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남수마트라의 디파세나 람풍 지역 새우 양식장 노동자 300여명이 대통
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부패한 업주에 대한 이브라힘 와히드 대통령의 불기
소 결정을 비난했다.
IMF ‘해결책’의 대가
이상의 사건들 목록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투쟁의 단지 한 예일 뿐이다. 노동자와 농민, 실업자들이 자신들을 향해 압박해오
고 있는 긴축과 탈규제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조직화에 나서면서
각양각색의 항의와 대중 시위들이 잇따르고 있다.
위기가 촉발된 이래 빈곤은 엄청나게 증가해 왔다. 세계은행의 기금을 받는 자
카르타의 사회감시및조기대책기구(SMERU)에 따르면, 1996년 2월에서 1999년 2월
사이 빈곤층의 숫자는 3천 백만에서 5천 6백만으로 2천 5백만 명이 증가했다. 이
수치의 거의 대부분은 1997년 말 이후 발생한 것이다.
도시빈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5백만에서 천 3백만으로, 농촌 지역의 빈민 인
구는 2천 5백만에서 4천 2백만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치의 대부분은 채 2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천 5백만 명이 빈곤층으로 편입된 자바 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
했다.
5천 5백만 명이라는 SMERU의 수치는 인도네시아 통계국이 발표한 것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통계국은 1998년 현재 8천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고 산출하고 있다. 노동 운동이나 농민 운동가들 역시 이같이 말하고 있다.
지역사회 운동 조직인 도시빈민연합에 따르면, 현재 자카르타 인구의 39%, 반둥
인구의 52%가 빈민촌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 빈민촌의 대부분은 신선한 물이 공
급되지 않으며, 주민들은 물을 사야하고 공공 화장실과 세면장 이용시에도 돈을
내야 한다.
10월 석유 제품에 대한 보조금이 삭감되고 유가가 오르면서 빈곤층에 대한 압력
은 더욱 증가했다. IMF는 내년 4월 또 한번의 유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와히드는 100%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운동의 부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인상폭은 기껏해야 20%선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민중에게 다가오고 있는 진짜 파국은 또 한번의 경제 붕괴이다. 정
부와 몇몇 국제적인 지지자들은 경제에 대해 부풀려 말하고 있지만, 나오고 있는
대부분의 징후는 어둡기만 하다.
10월 24일, 리잘 라믈리 경제조정장관은 국가 공공 채무가 국민총생산(GNP)의
110% 상당으로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0월 12일 현재 국가 예산 지출
의 4분의 1 이상이 채무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 은행들에 발행된 국채와 대외 차
관의 이자를 갚는데 쓰여지고 있다. 이것은 거의 모든 새로운 차입금이 이전의 채
무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쓰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벼랑 끝에 서다
악성 채무와 비효율성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 은행과 기업들은 더한 파국을 앞
두고 동요하고 있다. 민간의 자본은 계속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프리자디 프랍토
수하르죠 재무장관은 10월 24일 올해에만 미화 110억 달러 이상이 인도네시아를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2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루피아화의 가치는 9
월이래 40%가 떨어졌으며, 국내 저축은 GNP의 28%에서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
내 투자는 기본적으로 정지 상태이다. 현재의 성장률 4%는 거의 대부분 빈곤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진 재산을 내다 팔면서 유발된 소비에 기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그 어떤 징후도 없으며, 인도네시아 민간 부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거라고는 세계은행이 지지했던 수하르토 정권 치하에서 번성한
주로 정실(crony) 회사들로서, 이들이 위기 이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이들 기업들이 은행에 지고 있는 채무는 또다시 탕감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은행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 더 많은 구제 자금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10월 18일자 기사에서, 만약 이렇게 된다면 공공 채무는 GNP의
130%까지 치솟을 것이며, 예산의 5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서 정부는 많은 은행과 기업들을 파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
은 인도네시아 경제의 거의 모든 근대적 부문이 싼값에 초국적 기업들로 넘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 이윤 때문에 퇴출될 지도 모르며, 수
백만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이것이 IMF가 선호하는 시나리오이지만 와히드 정부와의 사이에 긴장을 유발하
고 있다. 정실주의에 찌든 기업 부문은 인도네시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계 엘
리트들의 사회적 기반이다. 와히드 정부는 또한 가장 크고, 가장 부패한 몇몇 정
실 기업들에 대한 구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채무는 늘어나고 은행과 기업이 붕괴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
면, 전체 경제와 사회가 깊은 위기를 향해 가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에 달한다. 약 30-40%의 인구가 실업 혹은 불완전 고용
상태이며, 노동력은 매년 2-3백만씩 늘어나고 있다. 단지 이미 존재하는 실업을
흡수하려고만 해도 인도네시아 경제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불가능한 수준인 8%의
성장률을 필요로 한다.
이미 이 모든 사태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이들이 노동자, 농민 등 보통 사람들
이다. 이들은 파국이 닥치면 심지어 더 큰 충격을 겪게 될 사람들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분석가가 논평처럼, “이들 대부분은 청년층이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수하르토의 독재를 몰아냈다. 만약 이들에게 온 것이 더 좋지
못한 상황일 뿐이라면, 그 결과는 사회적 재앙으로 폭발할 것이다.”
* 인도네시아·동티모르연대행동(ASIET)의 의장이며, 민주사회주의당(DSP)의 전국
집행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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