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할 수도 안할 수도

“재정될 때까지 유보”…”의무금 올려서라도 강행”

민주노총 사무처 통합운영이 또 골치다. 하자니 돈이 없고, 또 안 하자니 감내해야 할 고통이 만만찮다. 통합운영에는 임금 등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뒤따르는데 가뜩이나 넉넉잖은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지난 98년 지역본부를 통합운영키로 규정을 바꾼 것은 중앙과 지역, 그리고 지역과 지역간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 때까지 각 지역본부는 제각각 의무금을 걷어 독자재정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보니 액수와 납부율이 달라 재정상태도 차이가 심하고, 형평성도 문제가 됐다. 이런 이유로 ‘통합’이 제기됐고, 98년부터는 중앙이 의무금을 일괄수거해 지역본부에 교부금을 지급해왔다. 다만 당시 지역별로 상근자수가 다르고 기준도 불균등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협의를 거쳐 지역 사무처 전체인원을 60명으로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교부금 액수를 산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실제 인원은 80여명이었고, 현재는 1백4명으로 더욱 늘어나 곧바로 통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중앙 사무총국의 월평균임금은 총액기준 1백49만8천원(평균나이 37.3세)인 반면 지역 사무처의 경우 1백10만원(평균나이 35세)인데다 총원 60명을 기준으로 배정해 교부하는 것이어서 지역 상근자가 실제 받는 액수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10월27일 열린 전국사무처회의에서는 이같은 사정을 반영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경북 경주시협 오세용 정책실장은 “지금도 재정통합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제출된 통합방안은 돈을 무기로 사업과 인원을 통제하는 구조조정안이나 다름없다”며 통합안 폐기를 주장했다. 오실장은 “1인당 1백10만원씩 내려주지만, 지역에서는 그것을 나누기 때문에 나는 실제 65만원을 받는다”며 “돈을 못 주니 인원을 줄이라는 것은 통합안이 아니며, 오히려 어려워도 함께 열심히 하자고 독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림 대구본부장 역시 “중앙은 지역에서 인원을 늘렸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민주노총 조직이 이만큼 확대된 것도 사실 지역 사무처 동지들의 열성적인 활동 덕”이라며 “그들은 ‘전사’다. 중앙 수준의 임금을 달라고 한 적 없다. 재정이 안정될 때까지 통합을 유보하자”고 주장했다. 김병일 경북본부장은 “현재 교부금 배정기준은 돈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문제가 많으므로 사업을 중심으로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사무처 통합도 중앙과 지역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중앙이 60명만 책임진다면 이는 또다시 지역본부 내 활동가간에 임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0명 이외에 추가된 인원에 대해서는 지역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천시흥시협 조송자 사무차장은 “이번에 못하면 통합은 앞으로도 못한다”며 규정대로 통합할 것을 주장했다. 조차장은 부천지역의 경우 별도의 분담금을 걷어 상근자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소개한 뒤 “해답은 의무금인상 뿐인데, 인상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당분간 지역에서 분담금으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규정대로 통합하고 그에 따른 재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경석 전북본부장은 “중앙이 60명만 책임져도 인건비 비중이 68.7%라는데, 현재 일하고 있는 1백4명을 다 중앙에서 책임질 수 없다”며 “그러나 지역에 재량권을 준다는 것은 통합이 아니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의무금을 두 배 이상 올리고 납부율도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전남본부 윤난실 총무기획국장 역시 “가장 쉬운 길은 현상유지지만 그게 옳지 않다면 어려운 길이라도 가야 한다”며 “지역별 사무처 인원을 정확하게 실사한 뒤 60명으로 한정짓지 말고 다시 판단해보자”고 말했다. 윤국장은 “지역본부가 재량권을 갖는 것은 민주노총 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두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사무처가 임금삭감까지 결의해야 하며, 그러면 의무금 인상안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 말미에 발언에 나선 단병호위원장은 “이런 논란을 거치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는 적합한 안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역본부 의견을 좀 더 수렴해서 더욱 총괄적이고, 지역의 짐을 더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황미 leehm@nodong.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