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몰카’ 프로젝트

pporco (평화인권연대 대안문화·미디어모임‘R.exe’활동가, pporco@hanmail.net)

호기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것은 상상력과 묘한 관계를 가지며, 성적인 것과 결부될 때 힘이 강화된다. 특히, 한국과 같이 성에 대해 덮어두려고 하는 사회에서 호기심은 더욱 강력하고도 은밀하게 작동한다. 이는 성에 대해 소수화 되고 왜곡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며, 그 결과물은 특수한 사회적 영향력으로 고착화된다. 이를 왜곡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성적인 호기심과 욕구가 정상적인 수단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음성적인 시장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의한 해소를 통해 그릇된 ‘성’인식과 ‘성’관계를 낳기 때문이다. 포르노 영상물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남성의 시선과 카메라를 동일시되고 있으며, ‘여성의 육체에 대한 호기심’에 공모하고 있다. 이는 남녀간의 성행위가 이루어지기 이전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끊임없이 누적되고, 언제든지 그 영향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은 시선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사적인 미디어의 특징을 띄고있는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시선은 극단을 달리고 있다. ‘몰카’는 이미 순위에 드는 검색어가 되었다.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은밀히 진행되던 호기심이 이제는 드러내놓고 활보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빅브라더스 쇼(Big Brother Show: bigbrother.veronica.nl)’또한 이러한 호기심 확장의 한 유형이다. 네덜란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쇼는 ‘공개된 몰카’로서 선택된 개개인의 일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만약 이 쇼가 있는 그대로의 일상, 일어나서 밥 먹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수는 없을 것이다. 이 쇼가 적중했던 것은 이웃과 같은 평범한 이들이 보여주는 육체노출과 갇힌 공간 안에서 이질적인 사람들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가장 인기있는 남성참가자와 한 여성의 성교장면이 적외선카메라에 잡힌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외국에서도 타인의 성행위는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한국 또한 외국의 인기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하듯 ‘리얼리티쇼(Reality Show : twentyeyes.watchnjoy.com)’라는 ‘공개된 몰카’를 인터넷방송국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외국의 프로그램과 같이 자신의 신상을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이들이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드러낼 것인가가 의문이다.

나는 ‘몰카’가 내재하고 있는 감시의 속성, 관음증의 상품화에 대해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몰카’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가지 실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몰카는 익명인 개인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을 밀착해서 영상으로 담은 것이 있고, 위의 프로그램과 같이 자신을 드러내며 합의하에 영상으로 담은 것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오현경 비디오와 같이 자신들이 직접 영상으로 담은 것이 의도하지 않게 유출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몰래 찍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성교장면을 재생해서 본다라는 점에서 훔쳐보기의 일종이라 할 수있겠다.

나는 훔쳐보기의 속성이 드러내는 왜곡된 관심의 재생산을 몰카 프로그램의 양편향적 경향을 절충하여,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몰래카메라가 대상에 대해 일시적, 일방적인 시선을 부여하고, 성에 대한 왜곡된 관심을 드러내는데 반해 ‘공개된 몰카’는 시선에 대한 통제권이 대상에게 어느 정도 주어지며, 통제할 수 있다.

만약 ‘공개된 몰래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성행위와 성생활에 대해 드러낸다면 어떨까? 오현경이 자신의 몰래카메라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을 통해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떳떳하게 이야기하며 나선다면 어떨까?

똑같은 성적표현물, 똑같은 몰래카메라이긴 하지만 이들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력은 적지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들에 대해 은밀한 시선으로 훔쳐보며 즐기기는 했지만, 이들의 행위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았다.

나는 ‘공개 몰카’를 통해 대다수의 남성들과 몰카 매니아들이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의 성생활을 숨어서 지켜보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생활과 그것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벗었냐, 어디까지 보이냐가 아니라 그 관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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