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여성학> 일상에서 쓰는 투쟁 일지

나는 4남매 중의 셋째딸이다. 그놈의 ‘아들’이란 게 뭔지, 우리 부모님은 아들 하나 보자고 줄줄이 사탕으로 낳으셨다. 그래도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어쩜 7공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할때도 있다. 한국사회에는 우리집과 비슷한 가정들이 참 많다. 아무리 개방적인 집이라 자부해도 이런 집에서 자란 셋째딸은 그들만이 공감하는 ‘비애’가 있다. 여자가 수적으로 우세한 우리집 또한 ‘외부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가정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개방(?)적인 우리 집에서 나는 언젠부턴가 내가 느껴왔던 작은 일상에 저항해 투쟁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우리집에 돌을 던지며 시작된‘일상 속에 반란’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상 속의 반란은 거리시위에 합류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내 주변, 일상 속에 든든한 뿌리를 두고 있는 편견과 모순들을 바꾸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토론’이란 것이 절대적으로 익숙치 않은 가족 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 학기 나는 「일상의 여성학」이란 책 속에서 ‘일상에서의 나의 작은 반란’이 역시 중요한 행동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 책은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과 오만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고정화된 성역할, 여성다움과 남성다움, 법과 정치제도, 경제활동, 성과 사랑, 대중문화, 여성의 육체, 정보화시대 등 일상 속의 나타나는 모든 것들에 여성학을 적용했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나’란 존재의 위치를, 나를 둘러싼 내 주변의 일상을 되돌아 보라고, 내게 강조되는 불합리한 요구들을 모두 거부하라고 말했다.

현 시대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녀평등’이라는 누구나아는 당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여성학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투쟁의 장에 필요한 여성학이다. 「일상의 여성학」은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한다.

어쩌면 나도 적절히(?) 길들여진 획일화된 여성상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편견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일상에서 보고 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귀에 도청장치’처럼 나도 느끼지 못하는 편견이 내 안에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일상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에 좀처럼 뛰지 않는,그러나 너무 깊이 박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견의 뿌리가 ‘바로네 일상 속에 있다’.

<이승현/ 동덕여대 전산통계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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