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
최근 부실기업으로 판정받은 29곳 가운데 11곳이 건설회사고, 건설업 면허기준에 못미치는 2천5백여 업체를 단계적으로 무더기 퇴출시킨다는 보도를 보며, 착잡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는다. ‘규제완화로 기업이 일을 할 수 있게 하겠다’더니 정책실패와 부실경영의 책임을 떠넘기는 희생양으로 또 다시 건설노동자가 선택됐다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건설경기가 바닥을 기고 건설회사가 무더기 도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설산업은 1997년11월 이후 정부의 외면속에 줄곧 방치돼왔고, 건설노동자의 삶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건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경제지표나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면 IMF의 피해자, 실업대란의 피해자는 결국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이번 부실기업판정은 해고와 임금삭감, 실업의 고통, 가정파괴까지 감수해온 건설노동자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이 없다. 지금도 건설실업자 5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4년째 거리를 떠돌고 있는 마당에 다시 추운 길거리로 내몰면 어떻게 하자는 건가. 아무런 생계대책도 세우지 않고 말이다. 이번에 부실기업으로 판정된 건설회사의 체불임금이 파악된 것만 4백27억원에 이르고 있다. 아파트는 분양보증이 된다지만 임금체불과 해고된 건설노동자의 삶은 누가 보증을 서준다는 말인가.
혹 고용보험과 실업급여를 떠올릴지 모르나, 건설현장은 대부분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빠져 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건설노동자에게 실업은 곧 죽음을 뜻한다.
분명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 희생양으로 건설노동자를 선택한 이들에게 묻고 싶다. 어두컴컴한 새벽녘 일거리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어깨를 잔뜩 움츠려 보았는가. 일당 4만원에 팔려 나가 하루 12시간 허리가 휘어지게 일해보았는가. 안전모 하나 달랑 쓰고 수십 층 아슬아슬한 ‘아시바’ 위에서 용접해보았는가. 간이화장실도 없는 수 십층 건물에서 10시간 넘게 참고 일해보았는가. 그리고 눈 한번 부라렸다고 바로 짤려보라. 건설노동자의 고통은 단 한번 인력시장 경험으로도 온몸으로 맛볼 수 있다.
이런 현실 속에 건설노동자무료취업알선센터가 있다.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5일근무와 하루 8시간노동제를 도입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무리한가. “주휴수당, 월차수당, 퇴직금과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일당의 10%를 소개비로 빼앗기는 전근대적 취업구조를 바꿔야 하다”는 우리의 목소리가 주제 넘는 말인가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 국민혈세 수백 억을 밑빠진 독에 쏟아 붓는 노동부의 고용안정센터와 지자체 취업정보센터가 유지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 이상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아선 안된다.
김병융/ 건설노동자무료취업알선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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