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들어도 유지하기 힘들어

원청노조와 연대·치밀한 준비·법제도개선 필요

미조직노동자 또는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사내하청노조 결성과 투쟁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내하청노조의 경우 대부분 소수의 조합원이 노조인정과 해고철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가 생기면 원청회사는 즉시 계약해지를 통해 하청회사를 들어내버리기 때문이다. INP중공업 사내하청노조(위원장 김형기)는 사내하청의 하나인 신원건설 소속 노동자 4명이 10월8일 결성했다. 노조가 만들어지자 INP중공업은 계약관계를 해지하고 신원건설은 폐업해 버렸다. 지난 3월 노조(위원장 지무영)가 결성된 인사이트코리아는 SK(주)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해 전국 11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파견형태였다. 노조는 SK(주)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한편 10월20일 노동부로부터 “전국 11개 물류센터의 운영형태는 파견이기 때문에 직접고용 등으로 시정토록 조치했다”는 공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SK(주)쪽은 노조의 직접 단체교섭요구를 묵살하고 “1년 계약직을 해줄테니 싫으면 나가라”면서 사직서를 강요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 노조를 결성한 대상식품 사내하청노조(위원장 정종득)의 경우도 노조가 결성되자마자 하청계약이 해지됐다. 다섯 달에 걸친 노조인정과 해고무효투쟁에도 불구하고 원청회사의 회유로 위원장 등 조합원 2명만이 마지막까지 남게 됐다. 결국 10월20일 두 조합원은 대상식품의 하청회사인 서운STS(주)의 사원으로 새로 입사한다는 데 합의하고 투쟁을 접었다.

사내하청노조의 첫 번째 사례로 꼽히는 한라중공업 사내하청노조(위원장 김호근)는 지난해 3월31일 설립필증을 받은 뒤 회사쪽의 탄압에 맞서 노조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끈질긴 투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노조활동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이다. 이밖에 동서로지텍, 거림 등 노조설립단계에서 회사쪽의 회유나 탄압에 견디다 못해 노조설립시도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한편 ‘사내하청’이라는 고용형태는 87년 이후 노조의 교섭력이 커지면서 폭넓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는 일은 원청회사 정규직과 같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통 상용화돼 있다. 임시, 일용, 계약, 도급 등 다양한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임금수준이 대체로 정규직의 약 50~60%정도에 머물고 있고 같은 원청 아래의 사내하청 간에도 근로조건이 다양하다. 비교적 계속근로가 보장되고 있는 금속, 화학산업 사내하청의 경우 흔히 불법파견식으로 운영되며, 건설산업 사내하청의 경우 단기고용이 많고 주문생산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하도급과 비정규직 고용을 결합한 형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하고 종합적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태조사가 없고 사내하청노조 조직화전략이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지역본부 등은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사업체계를 꾸린데 이어 실태조사와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내하청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원청노조와의 연대, 치밀하고 충분한 사전준비, 사내하청에 만연된 불법과 무권리상태를 개선할 법제도개선투쟁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하다. 금속산업연맹 미조직특위(위원장 이석행)는 이와 관련해 이른바 전략사업장에 결합해 해당 노조와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원청노조는 불법파견식의 하청운영근절을 노조의 단협요구에 포함시키기 위해 상급단체와 함께 조합원 교육과 의식전환에 나서는 게 시급하다. 원청노조에 가입시키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불가능하거나 원청노조가 없을 경우 산업별 지역노조 결성을 꾀한다. 이와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업장내 차별근절, 노동관계법 준수, 4대보험 전면적용 등을 사회쟁점화하고 요구한다. 건설산업의 경우 노조차원의 근로자공급권 획득을 위해 노력한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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