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몰아붙이는 ‘똥묻은’ 기득권세력…청와대·관료·정치권·보수언론

최근 경제상황이 위기로 치달으면서 ‘대량감원 중심의 구조조정’ 공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노동자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노동자에 대한 ‘총체적 협공작전’이 개시된 것이다.

IMF사태 이후 자다가도 가위눌리게 만든 소리가 ‘구조조정’이다. 그 소름돋는 구조조정을 다시 시행하겠다고 한다. 11월3일 52개 기업 정리, 11월8일 대우자동차 최종부도처리, 현대건설 사태에 따른 위기상황에 맞춰 “경제회생과 체질강화를 위해 부실기업이 과감히 도태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조정 역시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요란하다. 청와대, 재벌, 관료집단, 정치권, 보수언론이 입을 맞춘 듯이.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은 사형대의 밧줄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거리에 내몰린 노동자에게 사회안전망은 없다. 민주노총 윤우현 정책1국장은 “임금채권이 확보돼 있지 않을 뿐만아니라 실업자에 대한 고용보험은 기간도 규모도 형편없다”고 지적한다. 고용대책과 전직·직업훈련은 또 어떠한가. 98년에 방한한 한 외국교수(캠브리지대)가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빵을 좋아하기에 직업훈련과정에 제빵사가 꼭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시장조사도 안 돼 있다. 어용노조라면 모를까 어느 노조가 스스로 목을 치라는 동의서에 도장을 찍겠는가.

그런데도 기득권세력은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동자의 이같은 몸부림을 ‘도덕적 해이’라는 한 마디로 내지른다. 대우자동차가 최종부도 처리된 다음날인 11월9일, 4대 보수일간지는 “시한을 두 차례 연장했으나 노조가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끝내 최종부도처리됐다”는 채권단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민주노총의 총력투쟁 선포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논의중단’이 이어지자 중앙일보는 11월13일치 사설을 통해 “기업부실에는 경영진 뿐 아니라 조직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현정부가 추진한 4대부문 개혁 중 노동부문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노동계도 변해야 한다”고 염장을 질렀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년 3백65일, 그냥 넘어가는 날이 드물었던 뇌물, 부정부패 스캔들의 주역이 노동자라도 된다는 얘긴가. 멀리 갈 것도 없이 대우그룹만 보자. 대우사태에 결정적 책임이 있고 회계장부조작 등으로 이미 검찰에 고발돼 있는 데다 재산도피 의혹마저 일고 있는 김우중전회장. 그는 지금 프랑스의 호화별장에 도피해 있는데 검찰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렇듯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이면에는 “김전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한 해외매각을 주장하다 부실만 키운 채권단과 정부관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뿐만이 아니다. 11월14일 경기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초부터 올해 10월말까지 모두 1백13명의 공무원이 6억2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현준사건에 대해 검찰이 11월13일 “관련 정치인이나 검찰, 언론인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이를 믿어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현정권이 붐을 일으킨 코스닥은 또 어떤가. 당시 ‘벤처’들이 단기간에 벌어들인 수익은 6천∼7천억원을 넘어 재벌이 벌어들인 수익보다 컸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 과정의 정-관-사채업자-벤처간 유착관계는 수수께끼다. 제2, 제3의 정현준게이트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렇게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이들이 지금 노동자에게 ‘도덕적 해이’를 말한다면 서천에서 소가 웃을 일이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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