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에서 불행하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취임한 뒤 흑자 한번 못내고 내리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권호경 사장의 경영부실 책임과 함께 사장의 정치권 줄대기 등 부적절한 처신이 파업의 근본 배경이다.

특히 권호경 사장의 정치권 줄대기는 권 사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보낸 소위 충성편지라는 문건을 입수폭로하면서 그 내용 때문에 파장이 일었다. 권사장은 CBS의 비판적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문민정부와 호흡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 프로그램 제작자를 바꿨다고 YS에게 러브레터를 보냈다.

94년 8월 14일자로 돼 있는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우선 CBS의 내부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간부사원의 재산을 공개했으며, 매양 정부 시책을 비판하면서 편견에 치우쳤던 프로그램들을 대폭 정비하고, 30년 동안의 오랜 전통을 이어온 CBS 논평 프로인 세상만사, 월요특집, CBS칼럼 등은 작가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힘들다고 보아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했으며, 인사 이동을 통해 문민정부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진용으로 개편했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정부시책과 동일한 노선을 추구한다는 시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마는, 이 길만이 CBS가 교회와 국민에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중략)……

사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연서

CBS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준 것은 물론이고 도저히 언론사 사장의 행태라고 볼 수 없는 내용이다. 매체 영향력 면에서 다른 방송사 규모와 비교할 수 없는 라디오 방송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CBS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거부하고 여론을 여과없이 대변하려고 노력해온 전통 때문이다.

그것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기독교라는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권호경 사장은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가 갖는 저항정신의 근본마저 저버리고 정권에 머리를 조아렸다. 권호경 사장의 기행은 YS에게 보낸 연서(戀書)에서 그치지 않았다. 권호경 사장은 DJ에게도 편지를 보냈다.(노조에서는 권호경 사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연애 편지라고 부른다)

DJ에게 보낸 편지 일부 내용이다.

……”그러나 저의 부덕한 소치로 지난 한달동안 방송을 파업하게 되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 (중략) 노조는 임금협상을 하다가 갑자기 중앙노동위원회에 고발을 했습니다. 그래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사는 어렵지만 수용했으나 노조는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조는 노동문제가 아닌 재단개혁과 사장퇴진을 주장하며 불법파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 (중략) 방송파업이 근 한달에 이르러서 불가피하게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쟁의대책위원 등 23명중 파업철회자 2명을 제외하고 면직처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 (중략) 사는 IMF 이후 지금까지 봉급은 꼬박꼬박 정한 일자에 지급했습니다. 저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작년 7월부터 봉급을 전액 반납하고 있습니다. … (중략)”……

권호경 사장은 지난 99년 CBS의 파업에 대해서도 낱낱이 보고를 했다. 마치 공영방송 사장처럼….

재미있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난 98년 7월부터 봉급전액을 반납하고 있다고 적고 있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대통령 월급보다 많아서일까? CBS 사장이 받는 한달 수령액은 월급 5백 50만원과 판공비 8백만원 합하면 천 3백 50만원! 법인카드 지출은 따로 제외하고도 말이다.

지난달(10월) 권호경 사장은 상여금 포함해서 천 8백여만원을 챙겼다. 노조에서는 사장 연봉이 2억원으로 다른 방송사 사장은 말할 것 없고 대통령보다 많다고 노보를 통해 비난했다. 사장은 봉급을 전액반납하고 있다고 DJ에게 충성 편지까지 보내 놓고선 어찌된 이유인지 지금은 월급을 꼬박 꼬박 받아간다.

CBS노조가 파업하는 진짜 이유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CBS 파업이 이제 한달하고도 보름을 넘어섰다. 무노동 무임금으로 노조원들의 허리띠가 갈수록 조여든다. 누구는 쌀이 떨어져 해프닝을 벌이고, 누구는 적금을 해약하고…. 나도 개인적으로 보험을 해지하는 등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 한 사람도 파업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다. 현 CBS 파업사태를 임금과 단체협상 결렬이라는 표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CBS는 3백여명의 직원과 연매출 4백억원 그리고 방송기관이라는 공공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아닌 재단측 목사들이 돌아가며 사장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목사들이 CBS에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수업을 쌓고 그 수업료는 남아 있는 직원들이 내고 있는 셈이다. 적자를 연속내도 책임을 지는 사람하나 없기 때문이다. 사장은 물론이고 사장을 선임한 재단이사회도 마찬가지다.

사장이 연속 적자를 내고 CBS 정신마저 내팽개치고 있는데도 재단이사회는 나몰라라 하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CBS에는 비젼이 있을 수 없다. CBS 노조원들이 방송현장을 떠나 생계의 위협을 감내하면서 파업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