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데이콤 파업투쟁 15일

“또 데모야? 저렇게 데모에만 매달려 있으면 회사 일은 누가 하나?”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입사 이전 ‘철의 노동자’조차 알지 못하던, 파업이나 시위는 일단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바로 저였습니다.

입사한 지 10개월 남짓, 그밖의 사회경험이 거의 없는 제게 현실은 생각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뉴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부실경영과 데이콤 유상증자, LG로 넘어가 버린 경영권, 그로 말미암은 LG의 불법인력교류, LG 채널아이의 부당 내부거래 등이 바로 내 회사 데이콤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조(위원장 이승원)가 있어, 제가 속한 데이콤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전조합원의 파업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다행이었습니다. 파업을 통해서라도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투쟁 첫 날, 9시를 기해 서울 강남본사로 많은 조합원이 모였습니다. 장기근속 휴가자, 야근조(운용망 등), 파견자까지 파업에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들은 모두 모였습니다. 저도 지난 9월부터 외부파견자였지만 우리 투쟁을 위해 강남본사로 향했습니다.

1천7백여명의 파업참여는 파업 돌입인원을 초과하는 수치라고 합니다. 우리도 놀랐지만 노조 지도부에서도 놀랐다고 하니 정말 많은 인원이 모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현실은 다급하고 파업은 절실했습니다.

전조합원의 LG본사 항의방문, 용산사옥 거점투쟁에 이어 강남사옥 거점투쟁까지… 투쟁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데이콤 통신시설에는 크고 작은 장애가 잇따랐고, 이용고객도 보이지 않는 불편을 겪고 있지만 무노동무임금을 내세우는 사측과 노조의 주장은 아직도 팽팽히 맞서 있습니다.

지난 20일 노사는 파업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2000년 임단현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되면서 파업 또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가지만 선·후배가 동지가 되어 정의를 쟁취하고자 하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시위’나 ‘데모’가 아닌 “투쟁!” 이라고 고쳐 힘주어 말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투쟁 15일째. 저는 오늘도 파업현장으로 향합니다.

홍민기/데이콤노조 조합원(천리안 CRM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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