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연대’ 원칙 공감하는데…

민주노총 등 주요조직 책임있는 논의 시급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초국적자본의 공세가 어느 한 계급이나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노동자·농민·빈민 등 가장 억압받는 기층민중이 중심이 돼 단일한 투쟁전선을 시급히 꾸려야 한다.

이같은 원칙에 대부분 공감하고, 이를 위한 나름의 움직임도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은 발이 느리다. 이 민중연대의 중심축이라 할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노-농-빈 3조직이 합동간부수련회를 갖고 올해 하반기까지 ‘상설공동투쟁체’를 건설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전망이 썩 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이들 세 조직의 책임 있는 내부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등 32개 민중운동단체가 참여하는 민중대회위원회는 지난 11월3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북, 대전충남, 경북, 광주전남, 울산 등 모두 6개 지역에서 상설공투체 건설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으며, 11월말까지 나머지 지역에서도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6곳의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 가운데 ‘지역별로 실정에 맞는 연대기구를 꾸리고 수평적 연대를 추진하자’는 의견과 ‘지역 차원의 연대를 활성화해 노-농-빈-학이 중심에 서는 민중연대투쟁의 기풍을 세우고, 사안별 투쟁을 민중대회위원회로 모아내면서 지역민중대회위원회와 상설적 체계를 세워나가자’는 의견이 큰 흐름을 이뤘다. 반면 ‘농민이나 빈민이 없는 지역은 계급연대가 어렵다’거나 ‘시민단체를 배제할 경우 조직이 왜소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상근인력과 재정을 모을 준비는 어느 정도냐’, ‘중앙이 먼저 결단해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주요 민중단체의 내부준비가 미흡한 가운데 상설공투체 건설시기는 올 1월에서 상반기로, 하반기로, 연말로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올해 안에 준비위를 구성하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중연대의 중심에 서 있는 민주노총 등 주요단체의 논의 부족도 일을 더디게 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8월말에 상설공투체 건설과 관련한 회의자료를 전국에 배포하고 10월말까지 연맹-지역별 토론을 거쳐 의견을 모으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의견을 제출한 조직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계속 터져나오는 다른 현안에 밀린 탓이다. 이와 함께 민중연대투쟁 경험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의 의견차이도 큰 편이다. 전농 또한 ‘민중연대’라는 당위에 공감하면서도 대중적 논의는 확산되고 있지 못하다. 전빈련의 경우 11월20일께 새 집행부가 꾸려져 민중연대기구 건설논의를 이제부터 시작해야할 형편이다. 민주노동당과 전국연합, 민교협이 상설공투체 건설에 나서자는 의견을 밝힌 정도다.

한편 IMF 이후 노동자는 정리해고에, 농민은 농산물 수입개방과 농가부채에, 빈민은 살인적 강제철거와 노점상 탄압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직자는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이렇듯 경제위기의 혹독한 고통은 이들 기층민중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민중대회위원회의 경우 성격상 연대집회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보법폐지부터 박정희기념관반대까지 사안별 연대운동기구는 30여 개를 웃돌아 각 조직은 연대운동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적 대안으로 제기된 게 바로 상설공투체다.

민중대회위원회 박석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노동운동은 민중연대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이란 양날개를 달아야 한다”며 “노동운동은 더 이상 주변단체의 도움만 바랄 게 아니라 스스로 민중연대의 핵심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대회위원회는 오는 12월7일 지역-부문 공동수련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상설공투체 건설 준비위를 구성해 공동투쟁을 펼치자는 결의를 모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설공투체 건설 움직임은 진보·민중진영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