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신도 간의 종교적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는데 반해 해결을 위한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교회법 내에 성폭력 추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교회내 성폭력 피해사례 상담을 맡고 있는 기독교여성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98년 7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접수된 77건의 성폭력 사건 중 교회내 성폭력은 51건이다. 이중 목회자 관련 성폭력이 46건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신도간의 경우도 대부분 남성 장로(권사)와 여성 신도간에 일어나 뚜렷한 위계구조를 보였다.

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올 상반기에 접수한 사회지도층에 의한 성폭력 상담 106건 중에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이 15건으로 14.2%를 차지했으며 모두 성직자와 신도의 관계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교묘한 수법 처벌 힘들어

성폭력상담소, 기독교여성상담소, 천주교성폭력상담소 등 성폭력상담을 맡고 있는 단체의 상담원들은 “교회내 성폭력은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외형상 화간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아 사회법으로 처벌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은 안수기도, 상담, 죄씻음 혹은 성교육 등 종교행위를 빙자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거부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기 때문. 그리고 목회자는 성폭력을 가한 후에도 자신을 ‘하나님의 대리자’ ‘영적 아버지’로 인식하게 하며 성경을 임의로 해석·적용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성에 대한 한국 교회의 보수성으로 인해 피해자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으며 순결 이데올로기와 피해자 유발론을 그대로 수용해 강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내가 믿는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 때문에 본인의 신앙이 흔들리게 된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드러낼 경우 교회와 신도들의 반응은 매정하다. “목사를 모함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든지 “주의 종은 신이 다루신다”고 협박하며 심지어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고통을 준다. 피해자를 ‘사탄’이나 ‘음란마귀’로 매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권위주의적 교단의 사건은폐

교회내 성폭력 사건이 이슈화되었을 때 이를 해결해야 할 교단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이단 문제와 돈 비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국교회이지만 막상 성폭력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교단내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구조가 없고 교회법 내에 성폭력에 대한 조항도 없다는 것이 문제해결의 큰 장애요인이다. 보통 성폭력 사건은 노회에 상정하는데, 이런 경우 범죄자 자신이 그 구성원이 될 경우가 있다. 원주 J침례교회의 경우엔 피해자가 노회에 진정했지만 가해목사가 손을 써 조사위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했다. 또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M교회는 소속교단을 탈퇴하고 자체적으로 새로운 교단을 만들었는데 이런 경우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이같은 구조적인 한계 이외에도 “어떻게 감히 목사를 고발할 수가 있냐”는 식의 교단의 종교적 권위주의가 성폭력을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목회자에 대해서조차도 교단은 다른 교회 목회자와 교체하는 정도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다. 신도들도 “교단이 성폭력 사건에 있어 결코 피해자를 지지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이렇듯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회자의 성폭력은 결국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내고 오랜 기간에 걸쳐 자행된다.

‘약한자’ 편에서 성폭력방지 힘써야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는 11월 30일 ‘교회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교회법 토론회’를 개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법의 뒷받침이 시급하다”며 교회내 성폭력 방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윤귀남 상담소 위원은 “교회법에 명시된 ‘성경에 위배된 심령적 육신적 행위’ ‘기독교인으로서 심히 부도덕한 행위’ 등의 조항은 성폭력을 처리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목사의 재판은 뚜렷한 증거가 없는 경우 접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성폭력은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해자의 증언이 거짓인 예는 거의 없다”며 “교회는 피해자의 호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담소가 제안한 성폭력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피해자의 권익 옹호 ▲범죄 규정과 가해자 징계에 관한 법안 명시 ▲가해자 징계·상담·훈련 프로그램 마련 ▲피해자 치유와 보호 시설 운영 ▲교회내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등이며, 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교회지도자 성윤리 특별위원회’를 상시 운영할 것을 법률 초안에 명시했다.

성폭력 발생률 비공식 세계 1위인 우리 사회에서 교회 역시 성폭력의 성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회내 성폭력은 여전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죄’로 남아 있다. 이러한 침묵은 피해자를 더욱 옭아매는 역할을 하고 종국에는 교회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린다. ‘약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이 교회 본연의 자세라면 이제 자체적으로 성폭력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조이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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