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남부의 “붉은” 정부
「월간평론(Monthly Review)」 2000/11 미셸 뢰비
브라질 노동자당(PT)은 지난 10년 동안 (우루과이와의 국경에 접해있는) 히우그
란데 두술 주의 주도이자 브라질 주요 도시 중 하나인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정
을 이끌어 왔다. 노동자의 해방은 노동자들 자신의 과제이며 스탈린주의와 사민주
의라는 낡은 모델과 단절하는 상이하고 급진적이며 민주적이고 자유의지적인 사회
주의를 창조하려는 열망에 의해 불러일으켜질 것임을 확신하는 노동조합원과 좌파
기독교인, 맑스주의 투사들에 의해 1980년에 창건된 노동자당은 매우 독창적인 정
당이다. 교직원 노동조합 지도자였던 현 시장 라울 폰트는 제4 인터내셔널(FI) 계
열로 노동자당에서 가장 급진적인 경향인 사회주의 민주주의(SD) 분파에 속해 있
다.
노동자당의 “빨갱이들”(당의 깃발의 색깔)이 세 차례나 시청을 장악한 것은 그
들의 시정 관리가 여러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패도, 족벌주의도 없고 가난한 노동계급 이웃의 요구를 우선순위에 두며 무엇보
다도 참여예산이라 불리는 직접민주주의 실험이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참여예산제는 전체 주민에게 개방된 평의회를 통해 포르투 알레그레의 모든 주
민들이 자기 지역에 할당된 공공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독창적인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통해 예산 기금을 도로나 학교, 의료센터 등에 할
당하는 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바로 주민 자신들이다. 후속 평의회를 통해 주민들
은 선택된 프로젝트의 실행을 감사하며 각 평의회에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되는 참
여예산시의회(CCPB)는 공동으로 결정된 기준에 의거하여 예산의 분배를 관리한다.
분명 참여예산 평의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전체 주민-포르투 알레그레의 수만 인
구-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평의회들이 전체 주민에게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제
도는 상당한 정당성과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확실히 참여예산제는 포르투
알레그레 자치시 선거와 최근 히우그란데 두술 주정부 선거에서 노동자당이 승리
하게 된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히우그란데 두술 주는 인구와 경제개발 측면에서 브라질에서 가장 중요한 주이
다. 주민의 대다수는 유럽, 특히 이탈리아와 독일 이민자들의 후손이다. 이 주는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이지만 얼마 동안은 바르가스 대통령과 그의 정치 후계자인
레오넬 브리졸라의 “노동자주의적” 민중주의가 지배적 흐름이었다. 노동자당이 주
도에서 좌파의 헤게모니 세력이 된 것은 1980년대 말 이후였다. 히우그란데 두술
은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 세력인 땅없는 농업노동자 운동(MST)의
주요 기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땅없는 농업노동자 운동은 급진적인 농업개혁
을 위한 빈민들의 투쟁의 조직적 표현일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는 브라질 “시민사회” 모든 세력(노동조합, 교회, 좌익 정당, 전문직 협회, 대
학교수 등)이 핵심적으로 의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몇 달 전 노동당 후보 올리비우 두트라가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사회주의와 노동대중의 이해에 기반한 팀이 주요 주 가운데 하나의
행정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올리비우 두트라는 금융노조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노
동자당 좌파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몇 달 전 우리와의 대화에서 스스로를
“기독 맑스주의자”로 정의한 바 있다. 부주지사 미구엘 호세투는 주도의 시장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민주주의 분파에 속해 있다.
새 정부의 첫 번째 시도 가운데 하나는 주 전체 차원에서 참여예산에 착수한다
는 약속이었다. 주의 모든 소도시와 대도시 지역에서 풀뿌리 평의회들이 개최되었
다. 이러한 시도의 성공은 주 입법부를 장악한 우익 야당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브라질의 국회의원 선거는 전통적으로 우파에게 유리한데 이는 선거 제도 방식뿐
만 아니라 “수혜자주의(clientelism)”의 문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
관심 등 때문이다.) 우익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은 법원에 호소해서 직접민주주의
과정을 봉쇄하려 하였다. 여러 차례의 법적 모험 끝에 이러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
갔고 평의회들은 계획대로 개최되었다.
히우그란데 두술의 신임 주정부가 맞닥뜨린 주요한 문제는 신자유주의 성향의
전임 주지사 안토니우 브리투가 남겨놓은, 연방정부에 대한 엄청난 채무이다. 브
리투는 전기나 수송 같은 주의 주요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해서(!) 이 채무를 갚겠
다고 약속했었다. 공공서비스의 해체와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단호히 반
대하는 올리비우 두트라와 그의 동지들은 히우그란데 두술 우익과 페르난두 엔리
케 카르도주 대통령-그는 전직 좌파 사회학자로 시장숭배로 전향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신자가 되었다-의 연방정부가 옹호하는 이러한 해결책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였다.
따라서 (아무 책임이 없기 때문에) 이 불합리한 채무를 갚지 않으려는 신임 히
우그란데 두술 주정부와 이 주에 할당된 국가 세입을 분배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연방정부 사이에 결전이 시작되었다. 복잡한 기술적, 법적 측면을 넘어서 이
는 지배계급들의 신자유주의를 한편으로 하고 노동계급의 요구에 이바지하는 대안
적 정치의 사례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엘리트들은 이를 “이단적”이고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정치적 전투이다. 이는 쉽지 않은 싸움이
며 올리비우 두트라와 그의 노동자당 동지들이 이길 수 있을런지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 사실 이 대결의 결말은 브라질의 다른 지역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가,
그리고 “붉은 남부”의 한 주보다는 온건한 다른 야당 주지사들이 어떤 태도를 취
하는가에 달려 있다.
신임 주정부는 흥미로운 환경 프로그램에도 착수하였다. 지난 수년간 환경운동
과 땅없는 농업노동자 운동은 몬산토 같은 북미의 농산 독점기업들이 카르도주 대
통령과 연방정부의 신중한 지원을 등에 업은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브라
질에 도입하려 애쓰고 있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맞서 싸워왔다. 환경 보호, 소비
자 건강, 그리고 -유전자조작을 통해 농민들이 종자의 일부를 내년 농사를 위해
쓸 수 없도록 만듬으로써 매넌 몬산토사로부터 종자를 구매해야만 하도록 만드는-
터미네이터 변종의 기형 종자에 의해 위협받는 농민들의 자율권이 위태로운 상황
이다.
현재 올리비우 두트라와 땅없는 농업노동자 운동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히
우그란데 두술 주 농업장관은 유전자조작 종자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하
였다. 몬산토사로서는 당황스럽게도, 그들은 히우그란데 두술 주가 “유전자조작
농산물”로부터 자유롭다고 선포했으며 콩 같은 국내 산물에 대해 국제적인 인증
라벨을 확보하기 위해 인증제를 제도화하는 데 착수했다. 소비자들이 유전자조작
농산물 구매를 꺼리면서 경각심을 갖게 된 유럽의 몇몇 유통회사들은 히우그란데
두술의 “전통적”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거대 자본가와 토지소유주들
이 장악하고 있는 농업협회(AA)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찬성하면서 주정부의 시도
가 “땅없는 농업노동자 운동과 어깨를 나란히 농업개혁을 강요하려는 마키아벨리
식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
우리는 물론 일국에서 사회주의가 가능하지 않으며 한 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실험은 여전히 새롭고 허약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으
로 폐허가 되고 대외 채무에 의해 질식상태에 있으며 탐욕스럽고 기생적인 소수의
독재지배를 받는 나라, 사회적 불평등 수준이 세계 최고이며 실질적인 사회적 아
파르트헤이트의 형태를 띠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넘어설 수
없는 인류 역사의 지평으로서의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유일한
근대성의 형태로서의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와 환경주의,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브라질 좌파의 혁신적 노력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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