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북한 노동자의 ‘장기파업’ 소식은 착잡함을 넘어 분노가 일게 한다.

지난 4월 북한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곳은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시)에 짓고 있는 경수로발전소 건설현장이다. 한·미·일 3국 주도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94년 10월 이뤄진 북·미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경수로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경수로 공사비 중 3조5천4백20억원(총공사비의 70%)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초 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북한노동자는 2백명 수준이었지만 지난 4월 이후 남한출신 8백7명을 합해 총 9백9명이 일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1백10달러(1달러=북한돈 2.2원) 하던 임금을 6백달러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KEDO가 이를 거부하자 절반의 노동자를 건설현장에서 철수시킨 것이다. 북한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이른바 ‘국가공인파업’이라 공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노동자의 처지가 이곳이나 별반 다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북한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KEDO쪽은 “97년 7월 합의한 ‘노무양해각서’ 합의대로 연간 2.45% 이상의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파업은 장기화됐다. 북한노동자들은 임금인상요구수준을 3백60달러로 낮췄지만 KEDO쪽이 이마저도 거부해 지금까지도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노동자 2백명의 1년 임금총액은 많이 잡아야 우리 돈으로 5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수로 총공사비의 0.01%를 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KEDO쪽이 통근버스 제공 등 현물제공을 대신 제시하면서까지 임금인상을 거부하는 의도는 뭘까. 이 땅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애써 무시하던 그들이 북한의 임금수준표(북한 사무원·노동자의 월임금은 북한 돈으로 70~1백원 가량)까지 들이대며 북한노동자들의 ‘과도한’ 임금인상요구를 비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KEDO쪽의 임금인상거부와 북한노동자의 장기파업사태 이면에는 한·미·일 독점자본가들의 검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는 이번 경수로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임금체계가 앞으로 남북경협과 초국적자본의 북한 진출에 기준이 된다는 약삭빠른 계산이 숨어있다.

우리는 동남아 등 한국자본이 진출한 곳에서 한국자본가들이 저지른 폭행, 노조탄압, 저임금장시간 착취 등 온갖 악행을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사관이 습격받는 등 한국민 전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적개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 또한 알고 있다. 우리는 분단을 넘어 민족대단결을 도모해야할 21세기에 북한노동자 착취는 새로운 동족상잔행위이자 남북(노동자)분단기도가 아닐 수 없다.

한·미·일 독점자본가들이 북한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임금근로조건 악화가 향후 한국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좋은 핑계거리가 될 것이다. 남북간의 교류·협력이 늘어날수록 남북노동자의 연대도 더욱 절실해진다. 그래서 북한노동자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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