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

○ 내용 : 10월의 좋은 방송·나쁜 방송

○ 일자 : 2000년 11월 9일

<10월의 좋은 방송·나쁜 방송>

– 좋은 방송 : EBS 「EBS특강」’임동창이 말하는 우리음악’

(10월 2일∼26일 월∼목 저녁 10시 40분)

우리 몸에 맞는 우리 음악 일깨워 준 프로그램

지난 10월 한 달간 방송되었던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 음악’은 최근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는 강의형식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방영 내내 여타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임동창은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운 입지전적인 면이나, 전통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바탕으로 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우리 사회에선 기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런 까닭에 ‘임동창’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음악’을 배우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과 곤혹스러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자연스럽게 의도한다는 측면이다. 우리 것에 대한 가치가 땅에 떨어진 요즘 우리 음악의 역사와 깊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다. 더구나 최근 유행처럼 일고 있는 퓨전문화의 흐름 속에서 전통을 언급한다는 것은 자칫 고루한 현실인식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임동창은 특유의 고집과 뚝심으로 이러한 문제를 간단히 무마시켜 버렸다. 그리고 다양한 가치들이 혼란스럽게 섞여있는 현대적 삶 속에서도 자신의 근원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는 자칫 문화에 있어서 육체나 정신, 어느 한 쪽을 잃은 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 대한 경종이었다.

우리 음악 우수성 자연스럽게 전해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의 진행에 있다. 우리 음악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달하기 위해 임동창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눈으로 보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어설프게 섞어놓은 퓨전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우리 문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쉽게 전달하는 뛰어난 방법이었다. 대중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TV프로그램, 더구나 강의라는 형식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청중이나 시청자에게 한 판 신명나게 놀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그런 시도를 한다고 해도 실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를 지속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임동창은 음악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 음악의 기원·발생·우리 음악의 발전 배경에서부터 각 지방 음악의 우수성을 설명하기까지 충실하게 이론과 실제를 병행하였다. 특히 마지막 공연에서는 그 자신이 말하고자 하였던 우리 음악의 매력을 유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우리 음악의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줬으며, 잠자고 있던 우리의 신명을 깨워주었다.

▶우리 음악엔 우리가 없다1(10월 2일 방송분)

▶우리 음악엔 우리가 없다2(10월 3일 방송분)

▶우리는 이미 음악가였다(10월 4일 방송분)

▶사랑하는 10대에게(10월 5일 방송분)

▶음악은 말이다(10월 9일 방송분)

임동창의 우리음악은 기획적인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5회에 걸친 초반 강의에서 임동창이 성급하게 우리 음악의 본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인간다운 자연스러움에 대하여 이야기 한 것은 탁월한 기획력의 산물이다. 특히 “우리는 이미 음악가였다”에서 우리의 ‘창의성’과 타고난 ‘생명력’을 강조해, 다른 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다.

우리는 우리 음악, 나아가서는 우리 문화에 대해 뛰어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 기인으로부터 아주 특별한 프로포즈를 받았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도전,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몸을 찾으라는 제안이다. 이런 도전적인 제안은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주거나 또는 곤혹스러움을 줄 수도 있다. 이제 임동창의 제안에 대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는 시청자들이 선택할 차례다. (정리. 최한성 회원)

– 나쁜 방송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요일 오후 6시 10분)

가학적인 웃음으로 시간 때우는 일요일 밤

MBC TV 대표적인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날이 갈수록 가학의 강도를 더하는 방식으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 지난 여름 ‘주영훈의 섬머크레프트’로 방송의 선정성 시비에 올랐던「일밤」은 아직도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코너가 바로 ‘서바이벌 대작전’이다. 이 코너는 수중추락사고시 물에 빠진 자동차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연예인들에게 위험한 실험을 강요했다. 10월 8일과 15일 방송에서 수영장 예행연습을 거친 이혁재· 강현수, 이동건·신동욱, 유재석·정준하 세 팀을 한강에까지 도전시켰다. 수영장에서 예비훈련을 거쳤고 구조요원들에 의한 안전장치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22일 방송된 한강에서의 탈출작전은 섬뜩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수영장에서와는 달리 한강은 물살도 급하고, 1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차에 같이 동승한 안전요원과 카메라는 앞좌석에 있었고 앞쪽으로 기울면서 침수되자 카메라에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차 밖에서 수중촬영을 하는 카메라에도 차의 형체조차 잘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출연자가 탈출했는지의 여부를 어렴풋이 비춰지는 그들의 옷 색깔로 밖에 분간할 수 없어 사고의 위험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이 코너가 제작의도처럼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이라면 오히려 전문안전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옳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험이 전무한 연예인들을 실험에 참가시킨 것은, 자극적 화면에 무덤덤해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의도적인 ‘극한상황’을 연출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고 타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제작진들의 가학적 의도가 절정에 달했다는 비판이다. 또한 이 코너는 119 구조대나 해안경비대의 협조 하에 이루어졌는데, 한시가 급한 생명구조상황에 대비해야 할 이들이 특별한 역할 없이 프로그램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본연의 구조행위에 충실하지 못한 면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좋은 오락프로그램 만들려는 노력 보이지 않아

또 다른 코너로 여성 출연자들이 대만과 홍콩을 돌며 올바른 외국의 음식문화를 소개한다는 ‘천하일품’은 상상치 못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음식들을 먹으면서 그 재료를 맞추는 코너다. 하지만 보신관광과 이를 통한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면이 없지 않고, 보양음식을 마치 그 나라 전통음식인 양 소개함으로써 동남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 코너 역시 여성 출연자들이 음식 재료를 확인하면서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여러 번 편집해 보여주며 가학적인 웃음을 강요한다는 비판이다.

또한 1시간의 홍보로 5000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면 콘서트를 열 수 있고 이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게릴라 콘서트’ 역시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이미 수일 전에 팬클럽을 통한 홍보가 이루어졌다는 의혹과 미숙한 진행으로 원성을 샀다.

이처럼 「일밤」은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이 원하는 ‘오락’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일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제작팀의 아이디어와 소재 고갈을 느낄 수밖에 없다. 105분으로 늘어난 방송시간을 메우기 위해 거의 모든 코너가 지난 방송을 재편집해 보여주는 등 지루한 시간 끌기를 반복하고 있고, 달아나는 시청률을 잡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내용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일밤」의 가학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본회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나 도무지 개선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가학을 ‘선행’이나 ‘정보’라는 화려한 기획의도로 포장해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다. 과장된 포장보다는 알찬 오락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음으로 「일밤」은 스스로 신중함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정리. 박유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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