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언론 총공세 실상
자본-“고용승계의무 면제하고 정리해고 더 쉽게 하자”
언론-“구조조정 완수 위해선 노동자는 찍소리도 말라”
최근 재계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하다. 김창성(경총), 박용성(성공회의소), 김각중(전경련), 김재철(무역협회) 김영수(중기협) 등 경제5단체장은 시국선언에서 “최근 경제상황과 사회기강에 대한 큰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는 “경제회생의 근간인 구조조정 작업이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저지·퇴색·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와 이해집단의 불법 집단행동이 제동 없이 자행되는 현실에 대한 걱정과 실망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열린 전경련의 현대, 삼성, LG, SK 등 내로라는 주요재벌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에서 나온 발표는 훨씬 구체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노동시간 단축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교섭창구 단일화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 방안 △모성보호 등 7가지 항목에 걸쳐 재계의 입장을 정리했다. 눈에 띄는 몇 가지 대목만 살펴봐도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한다.
구조조정을 마칠 때까지 한시적으로 고용승계 의무를 면제하고, 정리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시기상조지만 하더라도 임금조정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휴가폐지, 초과근로 할증율 인하 등 근로기준법의 대대적 개악을 기본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교섭창구가 단일화되기 전까지는 사용자가 교섭의무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가 너무 강한 탓’이라며 정규직 보호수준을 떨어뜨리고 비정규직은 높이는 ‘합리적 조정’이라고 필요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1세기 노예제시대’로 접어드는 꼴이 된다.
주류언론들은 전력노조가 파업을 철회하자 약속이나 한 듯 ‘노동계 투쟁은 끝났다’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정신교육에 한창이다. 논설위원들이 미리 입을 맞춘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논조는 한결같다. 한전 노사합의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타결내용이 찜찜하다”고 논평했다. ‘근로조건과 고용보장에 대한 사전협의 조항’ 때문에 “새로운 쟁점이 생겨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대목을 “석연치 않다”고 지적하며 “구조조정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압권은 조선일보다. “구조조정의 시급성과는 동떨어지게 고용보장과 근로조건에 대한 사전협의 조항을 포함함으로써 추후 분란이 재생될 소지를 남겼다.”
대우차노조 ‘밥’이기는 되긴 마찬가지였다. 국민일보는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구조조정(인원감축)에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투쟁은 역설적으로 경제회복을 지연시켜 실업을 늘릴 수 있다”고 협박했다. 중앙일보는 “노조가 진심으로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격렬한 파업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고백하며, 구조조정 시기와 규모를 노사동수 경영혁신위에서 논의키로 한 점, 정부와 채권단이 포함된 4자 협의기구 구성을 추진키로 한 점 등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국민일보는 “노동계는 한전과 대우차노조가 무엇 때문에 파업을 포기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며 “두 노조가 내린 결론은 ‘파업강행으로 돌아올 것은 파국뿐’이라는 한마디였다”고 사실왜곡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국통신노조가 명예퇴직과 관련해 사장 등 임원들과 고객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것도 노동운동이 지켜야 할 금도를 넘어선 행동으로 보인다”며 “사용자가 설사 무리한 행동을 하더라도 여론과 명분을 중시해야 할 노동운동까지 그래서는 안된다”는 훈계를 덧붙였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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