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국면의 오므론사태가 던지는 교훈

좀처럼 매듭이 풀릴 것 같지 않던 일본계 한국오므론 사태(<노동과 세계> 120호)가 타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본 오므론본사가 모든 교섭권을 일본노총 소속 전기연합에 위임해 그간 노사관계를 극단적으로 악화시켰던 타무라히로시사장의 교섭권은 유명무실해졌으며, 사무금융연맹 김형탁위원장 등이 12월8일 조인식을 갖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다.

교섭권을 위임받은 전기연합쪽은 지난 10월초 “회사는 사과하고 노조는 회사 제안대로 단협을 바꾸라”는 회사쪽에 편향된 ‘중재안’을 냈다가 사무금융연맹과 노조(위원장 김정훈)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기연합의 태도가 달라져 교섭 전망이 밝아진 것.

오므론 사태는 지난 3월께 회사쪽이 단협을 파기하는 한편 계약직을 채용하고 인사문제를 불공정하게 처리한 데서 비롯됐다. 사무직의 경우 쟁의원인의 70%가 인사와 관련된 것이어서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타무라사장은 교섭과정에서 노조의 어떤 제안도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만 고집해 신뢰를 깼다. 타무라사장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한 달 안에 모두 정리하겠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교섭이 진행되는 중임에도 11월17일 직장을 폐쇄해 말썽을 일으켰던 타무라사장과 한국문제에 나서지 않던 일본본사, 전기연합의 무릎을 꿇린 건 기본적으로 노조의 끈질긴 투쟁이지만 ‘국제연대’의 힘이 컸다. 지난 7월부터 민주노총 유덕상 부위원장을 비롯해 연맹, 노조간부들은 여러 차례 방일해 일본노총과 전기연합에 사태의 실상을 알리고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만 산 전기연합의 ‘중재안’이후 사태는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에 연맹과 노조는 10월16일 다시 일본으로 갔다. 이번에는 일본 노동·시민단체와 함께 집회도 하고 유인물도 돌렸다. 일본일반노조협의회 조합원들은 11월12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맞춰 대거 방한했고, 사태해결을 위해 국제연대투쟁을 결의했다.

직장폐쇄 탓에 한국오므론 본사에서는 조합원들이 11월27일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교토의 일본 본사, 교토역 앞에서 일본원정팀과 일본 노동·시민단체, 고베대 학생회 등이 날마다 집회와 홍보전을 벌였다. 이 투쟁에는 오늘의 한국오므론과 같은 직장폐쇄 수법에 노조활동을 하다 수십년전에 해고된 초로의 일본오므론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아마도 교토 시민들이 한국의 노동가요를 시내에서 들어본 것은 생전 처음일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 노동자·시민들은 지원모임을 구성해 1명당 1천엔씩 모금운동도 벌였다. 당황한 것은 오므론 본사와 전기연합이었다.

일본 본사와 전기연합이 마음을 고쳐먹고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니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외국인투자기업 가운데 올해 들어 유달리 일본계 기업에서 노동쟁의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오므론 말고도 한국오므론전장, 소니코리아, 후지쯔 등에서 회사쪽의 극히 보수적인 태도로 노사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최근에는 구미의 일본 전액출자회사인 니따무아 노조원 탈퇴, 단협거부 등으로 큰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기업은 이번 기회에 9개월을 끌어가며 노조파괴에만 혈안이던 타무라사장이 결국 국제연대에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