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사람/ 권오복(40) 대우중공업노조 의왕지부 조합원

“이건 구조조정도 아녜요”

현장에 배신감 가득…경찰 투입하면 서울로 모일 것

권오복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올해로 19년째 일하고 있다. 지금은 대우중공업 의왕공장 생산1팀에서 고속전철을 만들고 있다.

△한국철도차량(주) 출범 이후 바뀐 게 있다면.

=3사가 철도차량을 설립하면서 5백여명이 희망·명예퇴직 형식으로 일터를 떠났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동강도도 세졌다. 전에는 용접, 사상, 제관 등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 나는 19년 근속자인데 돌이켜보면 한국철도차량으로 통합된 뒤 이전보다 일을 엄청나게 했다. 지금 현장은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한국철도차량 경영진은 주주사에 근무했을 때보다 2~3천만원씩 연봉을 올려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급 3만5천원 인상을 제시하고 있는 회사쪽안대로 한다면 대우중공업 의왕공장에 근무했던 노동자들의 경우 연간 4백만원이 삭감되는 꼴인데 누가 받아들이겠나.

회사는 지난해 각 주주사별로 임단협에 합의하면 이 합의를 수용하겠노라고 약속했고, 지주3사와 노조는 단협·노조·고용승계에 합의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여개 구조조정 사업장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철도차량만 기존 단협승계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조조정 사업장인 한국우주항공의 경우 단협을 통일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3년으로 합의했다. 30년간 코피 터지며 싸워서 만들어온 단협을 어떻게 일순간에 포기할 수 있나. 노조요구는 결코 무리한 게 아니다. 통합단협을 만들기 전까지 기존 단협을 지키라는 얘기다.

△잘못된 구조조정을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철도차량(주)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회사다. 그런데 이전에는 몰랐던 회사상황을 알아나갈수록 분통이 터진다. 이건 구조조정도 아니다. 전면파업이 2개월 가까이 진행되자 지주3사가 한국철도차량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조합원도 생기고 있다. DJ정부가 소외된 계층, 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 이젠 서울역 집회할 게 아니라 ‘김대중퇴진 서명운동’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사쪽이 직장폐쇄조치를 취했는데.

=회사쪽은 직장폐쇄 가정통신문에서 오히려 자신의 얘기를 합리화하고 엄포를 놓고 있다. 노조가 집회나 교섭 때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지금은 양보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아무런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안을 노조에서 받아들이라는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회사가 공권력투입을 요청한다면 우리는 서울시내로 나갈 것이다. 조합원들의 투쟁력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끝까지 간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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