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한국노총의 정치적 생명력이 유지되는 비밀
– 곽탁성 정책위원장
김대중 정권 국면돌파의 카드는
○ 정세에 대한 집권세력의 위기감은 상당한 수준에 놓여 있지만 그 돌파의 구도가 아직 제출되지 않은 가운데 이른바 민주당 내의 양-갑(甲)논쟁과 봉합이 진행. 정세돌파의 몸부림으로 봐 줄 수도 있겠지만 권력지분을 둘러싼 갈등을 넘지 못하는 정치적 전망의 협소함을 폭로한 셈.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난 총선, 최고위원 경선 등을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예각화되었던 이른바 차기구도에 대한 긴장이 이번 갈등의 배후에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김대중의 정치력여하에 따른 부분적인 조절이 있겠지만 이후 이 사안이 집권세력 내부 갈등의 동인으로 작용할 것임은 충분히 전망할 수 있는 사안.
지역편중이라는 부르조아 언론의 대대적인 비판을 감수하면서 단행된 경찰인사와 이틀만에 철회된 서울 경찰청장 인사문제도 이력서의 허위기재라는 사실을 넘어 집권후반기 포석이라는 점이 그 본질적 성격이었듯이 무리를 감수하면서도 다양한 포석을 깔아 나갈 것으로 전망.
정치권 비리 연루설이 난무했던 진승현 사건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정형근, 임진출 등만 구체적으로 거명된 채 별다른 성과없이 ‘깃털’들의 구속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현실도 정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소.
이러한 정세에서 진행된 12월 10일 DJ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별다른 관심을 못받고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지극히 당연.
○ 언론을 통해서 슬쩍 흘렸던 한나라당과의 권력지분 공유에 대해 한나라당은 ‘연립’ 운운 하는 태도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지속적인 정치공세를 펼 뜻을 피력. DJ 귀국이후의 새로운 구도를 주목해 볼 만하나 현재까지 획기적인 카드는 발견되지 않는 상황.
무엇보다도 월요일부터(12.11) 시작된 임시국회에서의 자민련의 교섭단체 승인을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풀려 나갈지가 주목.
다른 한편 정기국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많은 주요 법안들이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되면서 사실상 이번 임시국회가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는 국회가 됨. 국가보안법, 인권법, 농가부채 삭감문제 등 주요 사안의 해결과정을 둘러싼 제 세력의 입장과 태도, 최종 결과 등을 주목해 보아야 할 시기.
기조를 점검해 보아야 할 12월 투쟁의 실패
○ 12월 5일 양대 노총의 공동집회가 예상외(?)의 저조한 참여로 마무리되고 9일 개최된 민중대회 또한 전체 투쟁동력의 수렴과 제고 등 전선의 긴장을 증폭시키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마감하면서 12월 총력투쟁은 내리막 분위기. 이러한 흐름위에 12월 8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 특별위원회 참여, 12월 12일 그동안 ‘논의를 중단’했던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재개 결정이 이루어짐.
○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공공부문 사업장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논의 중단(11.11), 주요 공공사업장의 파업선언과 철회, 노사정위원회 논의의 재개(12. 12), 이러한 수순을 거치면서 자본의 전체적인 흐름인 구조조정 기정사실화를 파열, 약화시켜 내지 못한 가운데 몇몇 부분적 성과의 획득이라는 한국노총 차원의 대차대조표와
11월 노동자 대회의 공동개최부터 있었던 양대노총 공동투쟁논의와, 11월 노동자 대회에서의 공동투쟁본부의 제안(11.12), 공공연대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투쟁을 주요한 투쟁동력으로 놓는 12월 투쟁, 근기법 개악저지라는 투쟁기조와 구조조정 반대를 동력으로 하는 주요투쟁동력과의 차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이 12월 투쟁을 보내면서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논의재개를 바라보며 대우자동차, 철도 3사, 비정규직 등 주요한 투쟁동력을 전체 투쟁동력으로 상승·조직하고 있지 못했던 민주노총의 대차대조표가 작성될 수 있음.
○ 결론적으로 보면 공공연대결성(10.30), 공투본 제안(11.12)과 공투위 구성(12.4)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투쟁은 자본의 공세를 저지하는 전선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주저앉은 상황. 이는 민주노총의 투쟁기획에서 선명하게 드러남.
공공연대, 공투위 등의 건설과 참여가 투쟁동력을 높이고 전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된 한국노총의 압력투쟁 프로그램에 민주노총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스스로 무력화된 셈. 예전에는 노사정위원회를 직접적인 고리로 민주노총을 통제하려 했다면 이제는 한국노총을 고리로, 여기에 노사정위원회를 결합하면서 민주노총을 제도화, 무력화시키고 있는 상황.
공공연대의 발전, 한국노총과의 연대의 발전 등을 단순한 조직적 사안을 넘어서 민주노조운동 발전 전략의 수준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현실을 보면 이 점에 대한 분명한 평가가 시급하게 요청되는 상황.
이러한 구도와 동력은 이번 투쟁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투쟁력의 강화와는 무관한 허상을 찾는 꼴이고 결정적으로 대중투쟁동력과 괴리된 제도개선투쟁, 나아가 ‘제도개선노선’으로 운동의 방향과 지형을 만들어 갈 수 있음.
제도개선투쟁(노선)의 귀결점과 원인
○ 98년 메이데이투쟁을 준비하고 책임있게 수행했던 투쟁지도력은 그후부터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 99년 하반기부터 제도개선요구가 등장하고 이것이 투쟁의 요구와 기획, 방향 등을 규정하기 시작, 올 상반기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인가 ‘노동시간 단축’인가 등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것의 본질은 어느 투쟁을 우선 순위에 놓을 것인가 하는 것보다도 전체 역량을 집중해내는 방향과 방식을 둘러싼 일종의 ‘노선적 긴장’이 담겨 있음.
○ 민주노총의 2기 보궐 집행부의 등장이후 이러한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김대중 정권을 상대로 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 반대, 비정규직 철폐 등의 요구는 부차화된 채 협상파트너쉽의 확보로 그 초점이 옮겨짐. 지난 번에 양대노총 공투위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던 것도 그러한 사례. 분명한 투쟁타켓을 설정하고 이를 조직하는 가운데서 만나는 협상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
○ 이러한 식의 제도개선투쟁은 실질적인 투쟁동력과의 괴리, 요구의 추상성 등으로 인해 대중적 참여와 긴장력을 높여내지 못하게 되고 이는 다른 축으로 연대의 확대라는 허상을 추구하게됨. 한국노총과의 연대, 공공연대 등은 자본의 공세에 대한 저항의 확대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달리보면 투쟁노선에서 그 근거를 갖고 있음.
이는 그동안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검토되었던 노동운동발전전략위 초안에 담겨있는 각종의 참여 논리에도 투명하게 드러나 있음. 추상적이고 복잡해 보이는 전략위 초안의 노선적 성격은 이러한 제도개선투쟁, 좀 더 엄밀하게 표현하면 사회개혁투쟁이자 사회개혁노선의 집약적 표현.
조직전환을 중심에 두거나(금속) 공공연대와 같은 식으로 조직발전을 모색하는 현재의 상황도 이러한 노선의 결과이자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 대중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동력을 만들어 내고 이를 권력과의 대결로 상승시켜 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 계급의 내부 단결을 높이며 나아가 전체 민중투쟁을 선도하겠다는 구상과 기획이 들어설 자리는 애초에 없는 상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협소화도 이러한 구도의 산물.
결정적으로 이러한 지향과 구도를 재생산하는 것은 이른바 ‘진보정당과 산별노조구도. 노동조합의 제도개선투쟁, 진보정당의 제도개선투쟁지지 및 정치투쟁이라는 도식’ 한편으로는 추상적이고 대중동력을 모아내지 못하면서 – 가령 근기법개악저지 – 또한편으로는 권력을 정조준하는 투쟁기획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분업구도의 영향. 권력과의 대결을 조직하고 이를 대중적 정치투쟁으로 발전시키면서 이 힘을 정치세력화의 실질적인 근거이자 가능성으로 발전시키고자 하지 않은 채 진보정당과 형식적 산별노조건설 투쟁의 성과를 모아나가고자 할 때 결국 대중조직도 정치조직도 ‘탈정치화’될 것이며, 스스로 목적한 것도 달성되지 못할 것.
○ 지난 한 주 나타난 민주노조운동의 무력감은 이러한 노선의 필연적 귀결점. 이는 그 모습을 달리 하겠지만 이러한 투쟁노선, 조직노선, 정치노선으로 정세를 돌파할 수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함. 이러한 노선의 연장선에서 정치적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없음을 제한된 경험이지만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
문제의식의 대중적 정식화가 요구되는 시기
○ 3년간의 투쟁과 삶을 통해서 노동자 대중들은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자본의 공세에 대한 저항의 불가피성을 체득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투쟁경험의 올바른 종합과 전망의 제시가 새로운 동력창출차원에서 정리되고 있지 않은 상황.
‘반신자유주의, 반김대중’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은 가운데 외연의 확대에만 치우친 투쟁노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이 목표를 대중적 수준에서 확인하면서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음. 이를 중심으로 정치적 대중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해 내는 것을 통해 현 정세가 돌파되고 이 성과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화의 추진과 대중적 단결의 강화가 제기되어질 시기.
최근 투쟁에 대한 현상적 평가, 심지어 우경적 평가도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투쟁을 올바르게 수렴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향과 구도가 대중적으로 제기되어야 할 시기. 휘청거리면서도 버티는 김대중 정권, 교묘한 줄타기로 그 생명을 이어가는 한국노총의 모습은 노동운동의 민주적, 계급적 발전 전망에서 스스로를 정비하고 있지 못한 노동운동 내부의 상황에서 비롯.
내년 초로 예정된 민주노총 임원 선거 등의 일정이 이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문제의식 형성의 장이 될 것인지 주목해 볼 만함. 예열되고 있지 않은 주요 투쟁동력의 신속한 정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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