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정리해고 0순위는 여성이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여성 가장에게도 이 불합리한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경제는 더욱 추워지는데 여성 실직가장들은 어떻게 일어서야 할까.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13일 오후 한국언론재단에서 `여성가장의 실업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올 한해동안 여협에서 실시한 `여성 가장과 함께 하는 사랑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찾아낸 대안들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노동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여성가장 실업자 수는 99년 2월 11만8천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경기회복기인 올해 5월에도 5만명으로 집계돼 97년 외환위기 전보다 2배로 늘었다. 권수현 여협 사무총장은 “여성 가장 대부분은 고용이 불안정한 단순 하위직, 저임금 직종에 있어 경제적 자립이 힘들고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또 장기간 실업이 지속되면서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더욱이 `비정상적’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으로 참석자들이 제안한 것은 `지역 네트워크 형성’이다. 각 지역의 고용안정센터, 일하는여성의집, 구청 취업정보센터 등 직업안정기관과 기업체 그리고 실직가장들 사이를 이어 취업상담부터 알선, 사후관리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용산 일하는여성의집이 1년동안 용산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는 가능성과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우선 여성의집은 생활정보지와 구청, 동사무소,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여성가장에게 이런 제도에 대해 알렸다. 또 네트워크의 협조를 받아 이 지역의 모자가정과 여성가장의 취업이 용이한 1인~300인 이하 사업장에 홍보를 하고 개별적으로 홍보물을 보냈다. 지금까지 270명의 여성을 상담해 120여건을 구인자와 연결했고 110여 업체에서 일자리를 접수했다. 이중 취업한 여성은 16명이다. 분명 실망스러운 숫자다. 서말례 여협 간사는 그 이유로 “여성들이 기업체에서 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직업교육을 받거나 회사에서 일해야 할 때 아이를 맡길 마땅한 방법이 없는 점도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체와 구직여성의 연결이라는 성과까지는 얻어냈지만 현실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김용화 용산 일하는여성의집 관장은 낡고 다양성이 없는 현재의 직업훈련 과정을 향후 인력수요 분석과 실직여성들의 나이 학력 경력 희망 등에 따른 세분화된 프로그램으로 개편해 장기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직업훈련이나 직장을 위한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인 육아시설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여성 실직가장들의 공동체도 소개됐다. 인천여성노동자회가 구성한 302명의 여성가장 자조모임인 `실업극복 여성 상조회’는 생계비 지원, 의료기관 할인혜택, 김장나누기, 공공근로 민간위탁사업 알선 취업소개 등을 해 회원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이은애 마포 자활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전국 60여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활공동체가 여성가장들의 자립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윤정 W21 기획팀장은 인터넷 사업에서 아이 돌보기나 식단에 맞는 식사 배달 등 가사와 관련된 업종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점포 등 투자비용이 적고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할 수 있어 온라인 창업이 여성 가장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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