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e의 한해를 돌아본다.
놀(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 hinol@orgio.net)
R.exe와 1년을 살았다. 정확하게는 10개월, 실제로 함께 있었던 시간은 그 10개월을 1/7로 나눈 것을 다시 1/5로 나눈 뒤 그 값에 80%를 곱하면 대략적으로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확한(?) 시간계산은 기실 의미가 없다. 우리 중 누구에게도 함께 한 기간에 대한 물리적 감각은 별로 없고, 그것이 우리의 활동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도 않으니 말이다. 허나 2000년을 돌아보며, R.exe가 함께 밟아온 부분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혹은 다른 어떤 이에게는 2000년이 ‘R.exe가 활동을 시작한 해’로서 의미 있는 해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나름대로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물론 이것은 특정한 달성목표를 상정해두고 조직의 모든 존재근거와 활동의 정당성을 그 목표를 달성했는가의 여부로 판단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조직의 질과 활동의 양이 정비례한다는 전제 따위는 전혀 깔려있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A – R.exe가 활동을 시작한 시기이다. 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의지도 높고 소식지[평화연대]의 편집활동을 맡으며 정보통신운동관련 세미나도 진행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4월말 경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면서 의지와 활동의 밸런스가 균형을 이루어 원만한 상태를 유지한다.
B – 「평화연대」편집에 하중을 받기 시작한다. 홈페이지 사업등 다른 사업들도 추진해보지만 사기는 떨어져가고, 설상가상으로 세미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활동이 그나마 의지보다 나아 보이는 것은 [평화연대]편집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8월 경, [평화연대]휴간으로 한숨을 돌린 R.exe는 새로운 모색을 시작한다. (팀내 원로가 해외에 진출한 관계로 일단 모색만 했다)
C – 다른 시기보다 기복이 심한 편이다. 편집팀이 새롭게 구성된[평화연대]의 섹션준비와 함께 실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고 활동해왔으나, 의지를 불태우는 주와 바빠서 R.exe를 생각할 겨를도 없는 주가 교차되고, ‘편집업무가 줄었으니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환상이 되어버렸으며, 적극적 개입을 다짐했던 두 가지의 연대활동 또한 우리가 그토록 비판했던 ‘이름만 걸어놓는’ 행위를 우리가 반복한 꼴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
D – R.exe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어야 한다. 또 다른 새식구를 맞이하면서, 별러왔던 내부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모두 심기일전! 현실운동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꾸준한 모색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위로 치솟는 그래프는 ‘희망사항’이다. 얼마 후에는 “그건 희망사항이 아니라 장담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단계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시대의 청동기니 후기산업사회니 하며 구분하고, 사람의 아동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 경제의 형성기, 성숙기, 쇠퇴기, 소설에서의 기-승-전-결 처럼. 그럼 R.exe는 어디쯤에 있을까? 나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시작과 끝이, 성숙기와 쇠퇴기가 분명한 조직이고 싶지 않다. 언제나 스스로 호흡하고, 자라게 하는, 그리고 예측불가능한 에너지가 끊임없이 드나드는 R.exe이고자 한다. 늘 발전만이 있기를 욕심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R.exe의 1년, 풀어가야 할 일들이 많다. 그동안 우리는 R.exe 의 R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오늘은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다시 맞는 1년의 R.exe의 활동이 무엇보다도 Real.exe – 진짜배기의, 진지한,그리고 현실속에서의- 활동이 되기를 다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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