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분쟁 중재의 태도에 있다

엄뽁(평화인권연대 ‘봄길이 되는 사람’, iknow@jinbo.net)

비판과 투쟁에 익숙한 나에게 갈등 분쟁의 중재라는 화두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갈등 중재 모임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도,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적당히 타협점을 찾으려는 것 같은 인상이 들어 머뭇거리게 되곤 했다. 그리고 주변의 여러 가지 문제를 중재라는 입장에서 바라보더라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기보다는 못마땅한 문제꺼리만 눈에 뛰곤 한다. 정말 우리 사회는 중재를 하기에는 너무나 불공정한 상황이 많다. 하지만 그럴수록 중재가 필요하고, 지혜로운 중재가 있어야만 불공정한 상황으로 피해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 중재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갈등 중재의 목적은 갈등을 겪고 있는 양쪽 당사자가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고, 화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자면, 갈등이나 분쟁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양쪽 당사자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양쪽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하면서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하는 것이다. 또는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갈등 상황은 분쟁으로 이어져 대립하고 투쟁하게 된다. 때때로 그 상황은 그 차이를 좁히기도 어렵고 둘 다 인정하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대립의 경우, 정리해고를 해야 회사가 살수 있다고 하는 사측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리해고는 절대 안된다고 하는 노조측의 의견을 조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갈등중재 모임에서도 노사대립의 갈등중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 노사대립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갈등중재라는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면서 문제 해결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갈등 분쟁의 중재의 태도 그 자체에 대안이 있다는 생각이다. 양자를 모두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태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단순히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접근을 활발하게 진행시키는 태도, 더 나아가서는 문제해결의 자세를 바로잡고 사고방식의 전환까지 이끌어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서로를 인정하고 협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부족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는 그런 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갈등 중재는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 뿐아니라 그런 태도를 만들어가는 것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갈등 분쟁의 중재는 세상을 바꾸는 적극적인 힘이 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