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신/

한국닛다무아, 놓을 수 없는 ‘파업깃발’

일본기업. 수미다, 후꼬꾸, 오리온전자 등 숱한 노동자들의 피눈물 어린 투쟁을 떠올리고, 한국노동자에게 ‘착취’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곳. 그들은 노조만 만들어지면 뒤돌아보지 않고 자본을 빼는 생리는 가졌다.

구미의 한국닛다무아(사장 우쯔오카 카즈오)도 일본인 사장이 직접 경영해 쏠쏠한 흑자를 낸 알짜기업이다. 50명 규모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노동자들은 지난 5월21일 노조를 결성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금까지 노조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성하던 날부터 시작된 농성은 20여일만에 노조의 승리로 끝났으나, 단체교섭의 시작은 말 그대로 노조탄압의 시작이었다.

회사는 교섭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사장은 한국말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교섭은 늘 뒷전이었다. 노조는 결국 조정신청을 냈고 회사는 때를 맞춰 조합원 15명을 한꺼번에 탈퇴시켰다. 회사쪽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10월부터 노사가 수정안을 내 성실히 교섭하라’는 조정위원회 결정을 노조는 받아들였으나, 회사는 다시 40개가 넘는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 노조는 10월16일 조합원 28명이 노조사수를 위한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약속했던 교섭을 모두 거부했고,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한 명이라도 파업에서 이탈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노동부로, 공단거리로 투쟁을 계속했다. 민주노총 구미지역협의회도 11월27일 회사 정문 앞에 천막을 쳤다.

파업 52일째를 맞던 11월29일, 회사가 갑작스레 이틀 유급휴가를 결정했다. 조합원들은 그때 “이제 마지막이다. 우리가 파업을 해도 공장 절반이 돌아가고 있으니 몸으로 공장가동을 막자”며 모든 관리자를 내몰고 공장을 완전봉쇄했다. 경찰과 노동부가 노조를 압박하고, 경찰병력이 투입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지역협의회는 비상체계에 들어갔고, 지역의 모든 노조간부가 밤샘농성과 공동출퇴근투쟁을 결의했다.

12월5일 밤 급기야 ‘용역경호단’ 30여명이 회사담장을 넘어 들어왔다. (주)새한에서 전기봉과 가스총을 휘둘렀고, 코오롱, 도레이새한에서 노조파괴의 마지막 수단으로 등장했던 자들이었다. 이들과 대치 중이던 12월7일 노조 최근성위원장이 구속됐다. 그제서야 회사는 12월22일 교섭에 나오겠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너무 지쳐 있었다. 회사는 이를 알고 있다는 듯 12월15일 지도부 세 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조합원 10여명이 지역동지들의 애타는 호소에도 위원장 구속 이틀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남은 사람들도 ‘이대로 가다간 노조마저 깨진다’며 12월14일 전조합원 현장복귀를 결정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60일 넘게 사력을 다해 싸웠는데 교섭의 문턱에서 무너지고 마는가. 여성조합원들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고 분노와 고뇌의 하루가 지났다. 위원장이 구속된 지금 왜 파업을 풀어야 하는가. 이건 아니다. 힘이 달려 복귀할 수밖에 없는 조합원이 있다 해도 노조 이름으로 현장복귀를 결정할 수는 없다. 노조 깃발은 한 명이 남더라도 파업투쟁 속에 펄럭여야 한다.

조합원 10여명은 12월13일 다시 출퇴근투쟁을 힘차게 벌였다. ‘다잡은 토끼’를 놓친 공장장에게 “확실히 투쟁하겠습니다”고 힘차게 외쳤다.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배태선/구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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